격동의 세월을 거쳐 온 우리 어르신들의 일생은 절절한 사연으로 가득하다. 먹고살기에도 빠듯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주변의 평범한 어르신들의 삶이 대학생들의 손을 거쳐 영상으로 제작됐다.
서울 서대문구는 5일 오후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어르신 일대기 동영상’ 완성본 상영 및 전달식을 갖는다고 3일 밝혔다.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하고 가족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추진한 동영상 제작 사업이 결실을 맺는 자리다. 구는 지난 3월 충정로2가에 있는 경기대 예술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영상 제작에 들어갔다. 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어르신 7명을 선정했고 경기대 영상학과 학생 15명이 2∼3명씩 팀을 나눠 촬영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4월부터 8월까지 어르신 집을 수시로 방문해 어린시절과 청년시절, 기억에 남는 일, 남기고 싶은 말, 보고 싶은 사람과 고마운 사람 등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여기에 사진, 자막, 음악, 삽화 등을 삽입해 어르신들의 일생을 8∼10분 분량의 영상으로 담아냈다.
홍제동 홍제아파트 최고령 주민인 이민희(96) 할머니는 두 아들을 어려서 질병 등으로 잃고 남편이 만주로 징용을 가는 바람에 네 딸과 여섯 명의 시누이를 부양하기 위해 농사짓고, 방직공장에 다니고, 폐지를 주워야 했던 고달픈 삶을 털어놨다. 23세 때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며 감회에 젖는 모습과 딸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경로당 회장으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박동은(78)씨, 국가유공자인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워 온 조유순(80) 할머니도 제작에 참여했다.
서대문구는 제작된 영상을 CD 3장에 담아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홍사승(71·남가좌2동)씨는 “내 살아온 날들을 영상에 담아 준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으로 제작에 응했다”며 “영상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가족, 친지들과도 나눠 보겠다”고 말했다.
어르신 일대기 영상제작은 서대문구가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행복타임머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도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어르신 11명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전달했다. 어르신 초상화 그려 드리기, 인생 명함 만들어 드리기,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화해 주는 ‘장롱 속 추억 찾아 드리기’, 장수사진(영정) 만들어 드리기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참 힘들었지…” 절절했던 어르신들 삶 영상에 담아
입력 2016-10-03 21:11 수정 2016-10-04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