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가 뚜껑을 열기 전부터 그 안에 담길 내용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건국 시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서술 등은 이미 뜨거운 쟁점이다.
고대사 부분에선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남북국시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의 목차를 봤다. 통일신라와 발해의 역사를 ‘남북국시대’로 표현해 (저자에게)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1948년 이래를 제2의 남북국시대로 봐야 하는데 그러면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5 개정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에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고려가 세워지기 전까지의 시기를 남북국시대로 규정한다. 일부에선 신라의 삼국통일만 강조하면 발해를 우리 역사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돼 중국의 동북공정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서술을 놓고도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 학계 등에선 의열단을 이끈 김원봉 등 좌익계열의 독립운동을 다루지 않고, 여운형이나 김규식과 같은 중도좌익·중도우익 계열 서술도 실제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구, 유관순 등 일부 독립운동가를 서술하는지, 어느 정도 비중을 두는지도 논란거리다.
여기에다 ‘건국절’은 이미 정치권 대립으로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건국’을 언급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가운데 어디에 정통성을 부여할지는 사회 전체를 이념투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친일과 독재 미화도 불씨를 안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이 만든 교학서 한국사교과서처럼 이승만정부, 박정희정부의 과(過)를 축소하고 공(功)을 과대 포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일청산 실패와 독재를 합리화하고, 4·3사건이나 여순반란사건의 경우 좌익세력 행위를 부각시켜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산업화 업적을 드러내면서 전태일 열사의 분신 등 ‘그늘’을 다루지 않거나 ‘유신 독재’ 부분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월과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박정희정부의 산업화를 강조하는 문제가 출제됐다”며 “이는 기존에 없던 흐름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국감서 이기동 원장이 불지핀 ‘남북국시대’ 비롯, 건국시점·박정희 공과… 쟁점 수두룩
입력 2016-10-03 18:07 수정 2016-10-03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