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위안부 합의’ 서술 수위 핫이슈

입력 2016-10-03 18:05 수정 2016-10-03 21:38



다음 달 말 공개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서에 담길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일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국정 교과서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3일 “(12·28 합의가) 교과서에 담겼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밀실 편찬’을 고수하고 있어 ‘12·28 합의’가 어떤 방식으로 담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는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위안부 합의’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가능성은 높다.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한·일 관계의 새 장을 연 결단’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위안부 관련 내용이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들고 있는 역사교과서는 이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다. 정부가 ‘역사적’이라고 평가한 12·28 합의를 국정 교과서에 언급하지 않는 건 자기 부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위안부 할머니 사이의 인식 차이’ ‘합의라는 사실과 역사적 의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낼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안선미 언론홍보팀장은 “만약 (12·28 합의가) 교과서에 쓰인다면 피해 당사자들이 큰 모멸감을 느낀 점을 충분히 학생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황이 충실하게 담기지 않을 경우 국정 교과서가 ‘정권 홍보물’이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북핵 문제, 이어도 등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자체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국정감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원고본(초안)을 제출하라는 의원들 요구를 거부하면서 ‘소명서’를 냈다. 교육부 소명서는 “일본 중국 등과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중략) 최근 북핵 등 여러 안보 문제로 인해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중략)”라고 언급했다.

국정 교과서는 정부가 임명한 필자가 집필하고,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다. 교과서 내용은 국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정 교과서처럼 “개별 출판사의 견해”라며 넘어갈 수 있는 ‘외교적 완충 장치’가 없다. ‘외교적 수사(修辭)’까지 고려해 역사 서술이 비틀어지고 있다는 점은 교육부 소명서로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국가의 입장을 반영하는 국정 교과서이다 보니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외교적 측면 등을 고려해 민감한 사안에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마음대로 교과서를 주무르게 되면서 원활한 외교 관계란 이유로 위안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서술이 수시로 축소되거나 표현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