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짓눌리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입력 2016-10-04 00:03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저유가와 화물운송 회복 등 호재에 힘입어 두 항공사 모두 3분기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줄지 않는 부채 탓에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양사는 우선 그동안 괴롭히던 악재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600억원 지원을 마쳤다. 향후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은 없을 전망이어서 한진해운이란 덫에서 일단 빠져나왔다는 평이다. 저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는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8% 증가한 4887억원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7년간 진행됐던 이른바 ‘형제의 난’이 지난 8월 막을 내렸다. 또 지난달 9일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고, 구조조정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실적부진에 시달려온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국제선 일부(해외 출발 노선)의 일반석에서 김치와 생수 서비스를 폐지한 데 이어 최근 중국 등 단거리 노선 일부에서 무료 제공하던 땅콩 서비스까지 없앴다. 올해 들어서는 희망퇴직 접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부채 비율이 두 항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대한항공의 총 차입금은 15조5419억원, 부채비율은 1108%에 달했다. 같은 시기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4조874억원, 부채비율은 899%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300억원에 불과한 데다 금호타이어 인수 등을 추진 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행보가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완료키로 했던 3300억원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연기했다. 해외투자자들이 한진해운 사태로 투자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영구채 발행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30%대까지 내려갈 전망이었지만 무산된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지배력이 저비용 항공사(LCC)의 노선확대로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영업환경이 우호적인 시기에 차입금 실질 감축을 통한 부채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