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자 열 중 넷은 소액대출자

입력 2016-10-03 18:51 수정 2016-10-03 21:18

채무불이행자 10명 중 4명은 5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 이용자였다. 신용정보회사 등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이들은 100만명에 육박했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가계대출 및 연체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금융기관에 등록된 채무불이행자는 98만2579명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이용자 1843만5876명의 5.3%에 이르는 규모다.

채무불이행자는 2004년 신용불량자 제도를 없애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명칭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나 신용정보회사가 자체 기준에 따라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명부에 오른 이를 일컫는다. 개인대출이나 카드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했다가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이 명부에 오르는 등록 대상이 된다.

문제는 제도가 완화되면서 기준도 낮아져 적은 금액을 빌렸다가 밀려도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이나 카드, 보험사 등은 대부분 5만원 이상을 3개월간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하고 있다. 채무불이행자는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고 일부 기업은 자체 규정으로 채무불이행자 채용을 금지하고 있다. 신용등급도 하락해 정상적인 대출이나 신용카드 사용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악질적인 고금리 대출로 빠져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채무불이행자 중 39.3%인 38만5785명이 5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빌렸다가 연체된 사람이었다. 심지어 5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이들도 4만120명이었다. 채 의원은 “전체 채무불이행자의 40% 가까운 이들은 정상적인 경제활동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빚을 갚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500만원 이하의 대출 연체자인데,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채무불이행자 등록으로 경제활동에 제약을 줘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체자들은 프리워크아웃(연체 3개월 미만)이나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없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소액 연체자나 소득이 없는 이들은 개인파산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사실상 회생의 길이 막혀 있다.

채 의원은 “부실기업에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더라도 계속 경제활동을 해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면서 개인 소액대출자는 연체정보 등록, 신용등급 하락, 금융거래 제한, 취직 제약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불이익과 생활고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는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