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미국 대표팀을 구해낸 영웅은 에이스 더스틴 존슨도, 세계랭킹 4위 조던 스피스도, 베테랑 필 미컬슨도 아니었다. 바로 패트릭 리드였다.
패트릭 리드가 8년 만에 미국에 라이더컵을 안겨줬다. 미국팀은 3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7628야드)에서 끝난 라이더컵 최종일 12개의 싱글매치에서 7승 1무 4패로 승점 7.5점을 보태 17대 11로 유럽연합팀을 꺾었다. 미국은 2년 마다 열리는 유럽연합과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 3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3연패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첫날과 둘째날 포섬(2명의 선수가 1개의 공을 번갈아가면서 플레이) 8경기에서 5승 1무 2패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포볼(2명의 선수가 각각의 공으로 플레이하고 좋은 스코어를 채택) 8경기에서도 4승 4패로 균형을 맞추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불안했다. 불과 3점 차 리드였다. 언제 경기가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유럽은 역전극을 노리기 위해 최종일 싱글매치 첫 경기에 에이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내세웠다. 세계랭킹 3위인 매킬로이는 특히 큰 대회에 강했다. 지난 세 차례 열린 라이더컵에서 모두 유럽팀이 우승컵을 안겼고, 지난달 끝난 페덱스컵에서도 우승하며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를 챙기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매킬로이는 전날까지 단체전에서 3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미국은 매킬로이에 맞서 ‘영건’ 리드를 내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고, 정신력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초반은 불안했다. 3번홀을 져 매킬로이에 끌려갔다. 하지만 5번홀을 가져가 스퀘어를 이룬 뒤 막판 역전극을 펼쳐 1업으로 승리를 낚았다.
이 승리는 매우 컸다. 기선을 제압했을 뿐 아니라 4점 차로 달아나는 동시에 승리에 쐐기를 박는 점수였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후 미국은 조던 스피스와 J.B 홈스, 지미 워커가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토마스 피터스(벨기에),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 등에게 줄줄이 패했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은 리키 파울러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꺾은데 이어 브룩스 켑카가 마스터스 우승자인 대니 윌렛(잉글랜드)에 무려 5홀 차 완승을 거두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은 라이언 무어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 승리하면서 승리에 필요한 14.5점을 넘겼다. 당연히 승리의 일등공신은 리드였다. 리드는 스피스와 함께 ‘필승조’로 투입돼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로 3.5점을 따냈다.
미국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3연패의 치욕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사상 처음으로 선수 구성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다.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단장을 맡은 데이비스 러브 3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러브 3세는 선수 선발 방식을 바꿔 라이더컵이 개막하기 직전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기다렸다가 추천 선수를 뽑았다. 이 때 뽑은 선수가 리키 파울러와 J.B. 홈스, 맷 쿠차, 라이언 무어였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대회에서 제 몫을 다해줬다. 미국 선수 12명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승점을 기록했다. 러브 3세는 “선수들을 선발할 때마다 큰 부담을 느꼈다”면서 “우승을 위해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4연패를 노리던 유럽은 신인들의 경험 부족 때문에 울었다. 앤디 설리번(잉글랜드)과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 대니 윌렛, 웨스트우드는 승점을 채 1점도 보태주지 못하며 패배했다. 이 중 설리번과 피츠패트릭, 윌렛은 라이더컵에 처음 출전한 선수였다. 특히 윌렛은 아예 3경기 전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유럽팀은 그나마 토마스 피터스(벨기에)라는 ‘신성’을 발굴한 게 위안거리다. 대런 클라크 단장의 추천으로 처녀 출전한 피터스는 역대 유럽 라이더컵 신인 중 가장 많은 승점 4를 따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영건’ 리드, 美 구했다… 라이더컵 8년만에 품안에
입력 2016-10-03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