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한국전력 빅스톰은 얼마 전까지 ‘만년 꼴찌’로 불렸다. 2005년 프로리그를 출범한 뒤 한국배구연맹(KOVO) 주관대회 결승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팀은 오직 한국전력뿐이었다.
최고 순위는 V-리그 3위(2014-2015 시즌). 한 시즌을 2승(2012-2013 시즌)으로 마감한 적도 있었다. 1945년 남선전기로 출범한 한국 최고령 배구단이고, 1963년 전국남녀실업연맹전에서 원년우승을 차지했던 명가의 자존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 그랬다.
한국전력이 180도로 달라졌다. 2016-2017 시즌 V-리그 전초전인 청주·KOVO컵에서 챔피언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정상을 밟았다. 3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KB손해보험 스타즈를 세트스코어 3대 1(25-20 18-25 25-19 25-21)로 제압했다. KOVO 주관대회 우승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우승까지 파죽지세였다. 이 대회 최다(4회) 우승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세트스코어 3대 1로 격파한 지난 23일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전승을 질주했다. 조별리그 세트득실률은 9.000. 대회 내내 단 두 세트만 빼앗겼다. 출전 8개 팀 중 단연 1위다. 지난 2일 준결승전에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대한항공 점보스를 3대 0으로 제압했다.
한국전력의 상승세는 라이트 아르파드 바로티(25·헝가리)가 있어 가능했다. 바로티는 지난 5월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3순위로 신영철(52) 감독의 지목을 받고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바로티는 2013-2014 시즌 OK저축은행에서 활약했지만 부족한 기량과 경험을 드러냈다. 그런데 올해는 비장의 무기다. 조별리그 득점 부문 전체 2위(74점), 시간차(100%)·후위(69.05%)·오픈(51.06%·이상 성공률)공격 전체 1위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가 최근에서야 회복한 레프트 전광인(25), 지난 6월 합류한 베테랑 센터 윤봉우(34)와 조화하면서 한국전력의 공격력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만년 꼴찌’ 한전, 우승 스파이크
입력 2016-10-03 19:49 수정 2016-10-03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