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길어지는 한진해운 선박 일제히 “SOS”

입력 2016-10-04 04:09
한진리자오호 선원들이 3일 전남 여수 앞 공해상에서 한진해운 회생과 선원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 해상 노동조합 제공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의 해상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하역과 회생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공해상을 떠도는 이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선원관리 책임을 지는 선박(사선)은 총 58척이다. 여기에는 외국인 선원 672명을 포함해 총 1173명이 승선해 있다. 이 가운데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은 18척에 불과하다. 공해상에 대기 중인 선박은 36척, 입·출항이 거부된 선박은 4척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경남 여수 세존도 인근 해상으로 향하던 한진부다페스트호로부터 임산부를 하선해 병원으로 후송해 달라는 요청이 비상연락망을 통해 접수됐다. 비상연락망은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선내 상황 파악을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이 임산부는 한진부다페스트호 갑판수의 아내로 지난 7월부터 배에 동승했다. 해양수산부와 한진해운은 임산부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남해해양안전경기본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해경경비정이 출동해 임산부를 여수항으로 후송했다.

앞서 지난달 8일에는 실습차 한진충징호에 승선한 목포해양대 재학생이 모친상을 당한 사실이 비상연락망을 통해 접수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해경의 협조를 받아 해경경비정으로 이 학생을 통영으로 후송한 뒤 순천에 있는 빈소로 이동하도록 조치했다.

표류가 장기화되면서 한진해운 선원들이 불안감과 피로를 호소하는 가운데 정부는 비상연락망을 활용해 선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생필품이 바닥나지 않도록 관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총 58척의 선박 가운데 생필품 잔여량이 15일 미만인 선박은 7척, 15∼30일은 26척, 30일 이상은 25척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해수부는 주·부식 보유 잔량이 15일 미만인 선박을 대상으로 생필품 공급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31척에 보급을 완료했고, 7척에 추가로 보급할 예정이다.

선원들의 건강은 선박마다 탑승한 의료관리자가 관리 중이다. 또 선박에 산소통, 인공호흡기 등 기초적인 의료기구가 구비돼 있어 기본적인 대처는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공해상에 대기 중인 한진해운 선박들은 이날 일제히 해상시위를 벌였다. 한진파리호, 한진리자오호, 한진롱비치호, 한진텐진호 한진로테르담호 등의 선원들은 남해 여수와 서해 흑산도 앞바다 등에서 정부 지원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배에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태평양을 항해 중인 한진시애틀호 선원들은 성금을 모았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