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대북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체제 붕괴’를 언급한 데 이어 북한 주민에 직접 탈북을 권유하는 메시지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이라는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가 급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흡수통일’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으로 북한 주민에게 직접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2개월 후인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선 더욱 구체적으로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 붕괴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을 제기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권 붕괴를 내부에서 시키든지 아니면 차라리 이쪽으로 넘어오라는 얘기”라면서 “일종의 ‘레짐 체인지’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 간의 체제 인정과 교류협력 추진, 적대·대립관계 해소를 골자로 하는 통일방안을 발표해 왔다. 이는 노태우·김영삼정부를 거치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집대성됐고 이후 역대 정부가 이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는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바뀐 건 올해 들어서다.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연일 실시하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으며 그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더욱 강경해졌다. 북한 주민에 대한 ‘탈북 권유’ 메시지 역시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을 관장하는 통일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 발언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봉기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을 펴겠다는 건 아니다.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 또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 대북정책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북한에 핵 포기를 촉구하기 위한 위협성 메시지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보단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막으려는 ‘내부용’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체제의 조기 붕괴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추가 결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의 제재와 압박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의 미온적 반응으로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이 빨리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제재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대북정책 패러다임 ‘평화통일’→‘흡수통일’ 전환?
입력 2016-10-03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