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교회(양민철 목사)는 1997년 10월 경기도 구리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건물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월세를 내는 가난한 교회였지만 개척 초기부터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선교사를 파송했고 5년 넘게 군부대를 찾아 예배를 드리며 장병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나눔 실천에 앞장서왔지만 이는 많은 교회가 감당하고 있는 ‘평범한’ 사역이기도 하다. 희망찬교회가 비범한 교회로 거듭난 건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였다. 목회자와 교인 약 100명은 총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설 것을 결의했다.
양민철 목사는 “이전까지 희망찬교회가 공동체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때부터 사회적 영성 회복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회에는 다양한 공동체가 구성됐다. 대표적인 곳이 ‘광야생수’. 교회 자매들로 구성된 이 팀은 교계 단체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 ‘천막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세월호 유족에게 커피를 통해 사랑을 전했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세월호 추모 프로그램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희망찬교회의 이 같은 사역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3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2016 작은교회 박람회’였다. 생명평화마당이 2013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박람회는 생명을 보듬고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다.
박람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감신대 노란우산광장에서 참가자 150여명이 ‘여는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교정 곳곳에는 비빔밥 주먹밥 커피 햄버거 등을 파는 천막이 세워졌다. 비누 향초 등을 파는 매대도 교정 곳곳에 펼쳐졌다. 작은교회의 의미를 되새기는 워크숍과 세미나가 열렸고, 십자가 전시회를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도 캠퍼스 곳곳에서 이어졌다.
박람회에 참가한 교회와 교계 단체는 약 90곳에 달했다. 이들은 교정 곳곳에 각양각색의 부스를 설치한 뒤 교회를 홍보했다. 작은교회의 모범 사례로 언론에 자주 소개된 동네작은교회(김종일 목사)도 그 중 하나였다.
동네작은교회는 서울 서초구와 관악구 일대에 5개 공동체를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이들 공동체는 주일 예배도 동네 강당이나 어린이집을 빌려 개별적으로 드린다. 교인 약 70명은 전교인수련회 등이 열릴 때만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동네작은교회는 박람회 현장에 배포한 자료집을 통해 “동네마다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낼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교회”라며 “지극히 작은 자를 돌보는 소그룹 중심의 공동체적 교회를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한국교회는 ‘규모’를 지나치게 숭상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작은교회 박람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회복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매년 박람회를 계속 열 것”이라며 “작은교회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도록 돕는 사명을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동네마다 작은교회 세워 한국교회 회복”
입력 2016-10-03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