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5년 영국의 증기기관차 로커모션(Locomotion)호가 시속 16㎞의 속도로 스톡턴∼달링턴 구간을 달리면서 철도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우리나라도 1899년 모갈 1호가 경인선을 시속 23㎞로 달리기 시작한 이래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 결과 현재 시속 300㎞의 열차가 우리 국민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송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부상열차와 시속 1200㎞의 하이퍼루프 열차 개발 등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에게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은 물론 경영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사측이 이 제도를 노동자를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공공 부문 특성상 성과를 평가할 수 없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게 되어 공공성이 파괴된다고 한다. 이러한 공공성의 파괴는 국민이 이용하는 ‘철도 서비스의 질’을 급격히 낮추고 이용자인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노조는 ‘철도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하면서 대화의 수단으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국민의 이동, 화물 수송 등에 대해 국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민이 막대한 서비스 질의 저하를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첫 3일간 발생한 철도운영 손실만도 37억4000만원으로 추정되고 파업이 장기화되면 그 손실은 눈덩이같이 불어날 전망이다. 향후 열차 운행이 더욱 감축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불편을 가속화하고, 시멘트, 컨테이너 등 물류 운송에서도 큰 차질을 빚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안전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재 기관사는 평시 대비 67.7%, 차량 정비원은 47.8% 수준의 인력만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와 철도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비 인력의 피로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숙련도가 높지 않은 대체 인력 투입으로 인한 열차의 일시정지, 반대쪽 출입문 열림 등은 국민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숙련도 낮은 인력의 투입은 철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2013년 12월 23일간의 철도파업 당시에도 공식적인 열차 탈선사고가 2건 발생했고 차량기지 등에서도 2건의 탈선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노조가 진정 국민의 안전을 위해 파업한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는 2005년 5조원 규모였던 부채가 10년 뒤인 2015년에는 13조원으로 급증했다. 부채가 매년 8.78%씩 늘어가는 동안 직원들의 연봉은 매년 3.8%씩 증가해 평균 1400여만원 올랐다. 누적 영업손실액도 4조원대에 이른다. 부패한 민간기업이 아니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변화에 반대하는 파업에 국민이 과연 동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봐야 한다.
철도산업의 경쟁력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철도산업은 안으로는 항공, 버스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고 국제적 경쟁에도 노출돼 있다. 다른 운송 산업인 항공, 육상운송 분야의 경우 이미 성과평가가 일반화돼 있다. 유독 철도만이 성과평가에서 제외될 이유나 명분은 없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철도의 발전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성공적인 ‘성과연봉제’ 정착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기고-최정호] 갈등 넘어 새로운 철도시대로
입력 2016-10-03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