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끝내자 겉으로 환영하면서도 속으로는 찜찜함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파행 정국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국민의당은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미약한 당세만 절감했다.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 공식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복귀를 결정했고, 이 대표도 7일간의 단식을 마쳤다”며 “옳은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파행된 국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민심을 어기는 정치는 없으며 민생보다 중요한 정치도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 및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여야가 협력하고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국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야권의 ‘완승’이지만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항의를 시작으로 새누리당이 강수에 강수를 거듭하자 야권은 내심 이를 반겼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반발은 곧 ‘총선 불복’으로 비쳐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국감을 통해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면 새누리당이 자진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도 봤다. 나아가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정세균 국회의장 간 갈등을 조율해 각각 ‘수권정당’과 ‘캐스팅보터’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강경한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입장 탓에 점차 기대가 부담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흘간 새누리당 복귀를 기다리겠다고 했던 더민주는 배가 넘는 1주일간 실력행사도, 조율도 하지 못했다. 자당 출신인 정 의장 입장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만 보였다. 국민의당은 여러 차례 더민주와 새누리당, 의장실을 두드렸지만 협상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야권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사이 새누리당은 국회 복귀를 결정했다. 야권의 상처뿐인 승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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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野 존재감이 없었다… 상처뿐인 승리?
입력 2016-10-0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