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연료호스 결함 가능성 인정한 BMW… ‘디젤 게이트’ 폭스바겐은 요지부동

입력 2016-10-04 04:04 수정 2016-10-04 14:00
배출가스 조작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정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기업들은 과거 한국에서 제품에 문제가 발견돼도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뒤 리콜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실시된 해외 기업의 리콜은 실패 사례로 분류되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리콜이 신속하게 또는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늘면서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리콜이 자주 진행되는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소득 대비 가격대가 높고, 작은 문제라도 소비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 특성상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수입·판매한 A8 4.2 FSI 콰트로 승용차의 제작결함을 밝혀내 리콜을 실시한다고 지난 8월 밝혔다. 문제가 된 차량의 리콜 추진은 2014년 6월 차량 소유자들이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는 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문제에 대한 리콜 조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리콜이 오는 12월쯤 추진될 전망이다.

BMW는 주행 중 시동 꺼짐 가능성이 있다며 13개 차종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올해 초 320d 등 차종이 연료호스 균열에 따른 누유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제작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BMW는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누유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연료호스 균열의 제작결함을 인정하며 리콜에 들어갔다.

반면 배출가스 조작으로 전 세계적인 ‘디젤 게이트’를 촉발시킨 폭스바겐은 여전히 국내에서 요지부동이다. 정부의 리콜 명령 이후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올해 세 차례 리콜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고 2일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리콜계획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80개 모델) 8만3000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식음료도 소비자들의 건강과 연계돼 리콜의 파장이 큰 분야다. 2006년에는 전남에서 ‘코카콜라 독극물 사건’이 발생했다. 독극물이 주입된 코카콜라를 마신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열흘이 지나서야 모든 페트병 코카콜라 제품에 대한 리콜이 실시됐다. 당시 코카콜라는 뒤늦게 대처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