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영화의 바다에서 영상과 함께 사색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부터 열흘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개막작 장률 감독의 ‘춘몽’과 폐막작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 등 69개국에서 출품된 299편이 상영된다. 개·폐막작은 이미 티켓이 매진됐으나 볼만한 영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세계 영화의 최근 경향을 소개하는 월드시네마 부문에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포진했다.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황금종려상), 캐나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심사위원대상), 프랑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감독상)가 관객에게 손짓한다.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도 화제작이다.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는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하클린 호세)을 받은 필리핀 영화 ‘마 로사’와 남우주연상(샤하브 호세이니)을 차지한 이란 영화 ‘세일즈맨’이 상영된다. 거장 감독의 신작으로는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무하마드: 신의 예언자’, 일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 프랑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란츠’가 볼만하다.
실험적인 한국영화로는 여배우 4명을 중심으로 에피소드 4개를 풀어놓는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 롱테이크로 촬영한 박기용 감독의 ‘지옥도’, 현실과 상상의 이중구조 형식인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 등이 있다. 러닝타임이 무려 8시간이나 되는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의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영화다.
영화제의 재미는 세계적인 스타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니쉬 걸’(2015)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제이슨 본’ 상영회에 참가한다. 벨기에 출신 데보라 프랑수아는 ‘독살천사’의 주연배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곡성’에 출연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 중국 여배우 후이잉훙도 영화제에 참가한다.
‘배트맨 비긴즈’(2005)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은 ‘분노’의 주연배우로 관객들 앞에 선다. 그는 2014년 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다. ‘위플래쉬’(2014)에서 앤드루 역을 맡아 국내 영화팬들에게 낯익은 미국 배우 마일스 텔러도 부산을 찾는다. 영화제를 찾는 감독은 대만의 허우샤오셴과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대표적이다.
‘다이빙 벨’로 촉발된 갈등으로 일부 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한국영화 흥행작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한국영화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1156만명을 모은 올해 최고 흥행작 ‘부산행’과 712만 관객을 동원한 ‘터널’이 빠졌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두 영화 제작진에 출품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부산국제영화제, 69개국 299편… 영화의 바다에 풍덩
입력 2016-10-0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