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화중로 화정충현교회 세미나실. 가정사역단체 패밀리라이프 코리아(FamilyLife Korea·대표 박성민 목사)의 책임간사 부부와 여섯 가정 부부가 성경공부에 앞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패밀리라이프 코리아의 ‘홈빌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모두 목회자 가정들로 격주에 한 번 2시간 동안 성경공부와 교제를 하면서 부부 간 관계회복을 돕고 있다. 이날 성경공부의 주제는 ‘성생활의 부족함이 주는 스트레스’. 교회에선 많이 다루지 않는 주제다. 남녀 그룹으로 나뉘어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아내 그룹에선 직장생활과 육아 등으로 부부관계가 멀어진 사례를 듣고 난 뒤의 느낌이나 경험 등을 이야기했다. 이복녀(44·세움교회) 사모는 “남편이 사역에 집중하도록 연년생 딸들을 홀로 돌봤고 남편은 서재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생활을 6∼7년 하다보니 우울증이 왔고 부부관계도 소원해졌다. 하지만 예수전도단에서 훈련받고 부부관계도 원만해져 막내아들도 낳았다”고 말했다.
하선자(48·화정충현교회) 사모는 “부부관계는 부부가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두란노사모대학에서 이 사실을 배우기 전까지 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부부관계를) 거절하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남편 그룹에서 참석자들은 아내를 더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나눴다. 책임간사 신종곤(62) 목사는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며 “특히 성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상대방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부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가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듯 목회할 때도 성도들의 필요를 보면서 목회의 방향을 정하고 설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홈빌더 사역은 여러 부부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성경공부와 교제 등을 하면서 성경적 가정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을 결혼생활에 적용해보는 가정사역 프로그램이다. 지역교회에서 도입하면 소그룹으로 효과적인 가정사역을 하며, 불신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고양시 화정동 등에서 목회하는 여섯 가정은 지난해부터 홈빌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박택규(48·주님의교회) 목사는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우리 부부는 소통이 힘들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다른 가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장점들을 적용하게 됐다. 아내와 관계를 회복한 뒤에는 결혼서약을 다시 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전국에서 100여개 그룹, 500여 가정이 홈빌더 사역을 하고 있다. 이 사역에서 훈련받은 목회자나 평신도 인도자들은 각 교회와 직장 등에서 홈빌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희(54·세계로교회) 사모도 교회에서 홈빌더 사역을 적용한 케이스. 그는 “매주 금요일 성도들을 위한 홈빌더 모임을 열고 있는데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부부갈등, 자녀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지역 주민을 위한 모임도 개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배우자에게 어떤게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세요”
입력 2016-10-03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