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린 ‘집값 대책’… 8·25 가계대책 되레 ‘역풍’

입력 2016-10-03 00:03

주택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현실로 나타났다. 9월 한 달간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8월의 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정부가 가계부채 축소와 부동산 침체 방지를 동시에 추구하려다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부동산114 등 부동산 관련 기관들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0.35%였던 월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달 0.76%를 기록했다. 8월 한 달 상승폭의 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67%에서 1.21%로 0.54% 포인트 늘었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에 보인 주간 상승률 0.35%는 2006년 12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서울에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은 역시 강남3구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초는 0.83%에서 1.83%로, 강남은 0.87%에서 1.84%로, 송파는 0.72%에서 1.55%로 일제히 급등했다. 8월 상승률이 1.13%로 높았던 양천도 지난달 1.95%로 더 확대됐다.

지난달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가격은 0.29% 오르며 8월 상승률(0.15%)의 약 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남양주의 상승폭은 0.05%에서 6.4배인 0.32%로 확대됐다. 과천은 0.13%에서 0.69%로 불어났다. 신도시 집값 상승률은 8월 0.20%에서 지난달 0.39%로 커졌다. 역시 배 수준이다. 8월 0.03% 하락했던 파주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0.36% 상승했다. 위례가 1.84%로 가장 많이 올랐고 산본(0.16%→0.38%) 일산(0.32%→0.50%) 평촌(0.26%→0.42%)도 상승률 확대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승률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정부는 8월 25일 주택공급 축소와 대출 분양 심사를 강화하는 안을 골자로 가계부채 대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 축소는 기존 집값 상승을 가져왔고 집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끌어다 써야 하는 대출 규모, 즉 가계빚도 불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의 결과가 되레 거꾸로 가게 된 것이다.

실제 시장 곳곳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세울 때 가계부채 억제에 방점을 둘지,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출지를 분명히 정했어야 했다”며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