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같은 병원 또 공습… 출구 없는 시리아 비극

입력 2016-10-03 00:06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 대원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폭격을 받아 무너진 알레포 동부 알사아르에서 건물 잔해 사이에 파묻혀 있던 소녀를 구출하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은 하얀 헬멧 대원이 최근 생후 한 달된 아기를 구출한 뒤 끌어안고 울고 있는 모습. 알레포 동부지역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에만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00명이 숨졌다. AP뉴시스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치열한 시리아 알레포 동부지역의 병원이 1일(현지시간) 정부군과 러시아군에 의해 또다시 폭격을 당했다. 지난달 28일에도 폭격을 당한 곳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의료봉사단체 시리안 아메리칸 메디컬 소사이어티(SAMS)를 인용해 알레포 M10병원에 통폭탄과 집속탄 각각 2개, 최소 1개의 로켓탄이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1차 폭격 때 이미 부상한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M10병원은 1차 폭격 때 문을 닫았다가 이틀 뒤인 30일 시설의 일부를 다시 열었지만 하루 뒤 또다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금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M10은 알레포 동부지역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외과병원으로 미국에 본부를 둔 SAMS의 지원을 받아 운영됐다. 현재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동부지역의 의료 시설은 대부분 파괴됐다.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동부엔 약 30만명의 주민이 남아 있지만 의사는 30여명에 불과하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폭격으로 M10에서 치료받던 환자 2명이 대체 병원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또 유엔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 한 주 동안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이 지역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잔해를 헤치고 갓난아기를 구한 뒤 눈물을 쏟는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White Helmets)’ 대원의 영상이 공개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영상에서 하얀 헬멧을 쓴 구조대원 아부 키파는 갓난아기를 안고 구급차로 급히 뛰어들어 왔다. 노란 옷을 입은 아기의 몸은 흙먼지로 범벅이 돼 있고 얼굴에는 피가 흘렀다. 키파는 아기를 쳐다보면서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중간 중간 “신이시여”라는 말만 반복했다.

CNN에 따르면 키파는 이후 인터뷰에서 “생후 한 달 정도 된 듯한 아기가 마치 딸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아기는 이후 가족과 무사히 상봉했다고 한다. 하얀 헬멧은 오는 7일 발표되는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할 경우 중동 지역 전체와 모든 곳에서 지각이 변동할 참혹한 결과(terrible, tectonic consequences)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리아 내 정권 변동은 일종의 공백상태를 빚어내고, 이후 온갖 종류의 테러범들로 빠르게 채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