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안정협의기구’ 설립 시급하다”

입력 2016-10-02 18:29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대 부실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비공식 협의체라는 비난을 받는 와중에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따른 범정부 차원의 대비 부족으로 한국은 국제 해상물류 대란의 주범이 됐다.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모두 포섭하는 ‘공식’ 협의체가 없는 틈에 생긴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안정협의기구’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2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정책자료 ‘금융안정 기능과 개선과제’를 보면 한국은행법은 제1조를 통해 1항에선 물가안정 임무를, 2항에선 금융안정 책무를 부여한다. 하지만 금융안정이 어떤 개념인지 설명은 부족하며, 때론 물가안정 임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뿐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모두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1조에서 잉태됐는데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고 목적이 명시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정부조직법에 의해 실물경제와 국제금융 외환자금 상황 점검 대응 의무가 주어져 있으며, 예금보험공사도 예금보험 관리와 부실 금융회사 정리라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 기관이 모두 ‘금융안정’을 외치다보니 외려 위기의 순간에 누가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입법조사처는 “금융 불안정을 초래하는 시스템 리스크의 정의와 측정 방법이 관리 주체에 따라 달라 정책 부조화에 따른 또 다른 불확실성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한은은 가계빚 폭증과 제2금융권 대출 증가 등의 거시적 수치에서 위기를 보고 대응책을 모색하는데 금감원은 상호신용금고 등의 미시적 이상 징후에서 출발하려는 움직임으로 서로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금융안정’을 내거는 기관들의 공식 협의체 법제화를 주장하며 은행법학회를 중심으로 법조문 검토까지 마쳤다. 중앙대 박창균 경영학부 교수는 예보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 낸 논문에서 “기재부 금융위 등 정부와 한은 금감원 예보 등 유관 기관장이 공식 참여하는 위기대응체계의 법제화, 그리고 이를 통한 강제력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도 “미국처럼 거시 건전성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같은 기구 신설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