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가 치밀한 ‘탈세 작전’… 차명지분 헐값매도 후 유령 회사에 넘겨

입력 2016-10-02 18:23 수정 2016-10-02 21:16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넘겨 증여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신격호(94)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1%를 친인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보유해 왔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03년 당시 국내 롯데 계열사 사장 A씨와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6)씨 오빠의 지인 B씨가 각각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25%(14만1130주), 2.96%(12만8300주)를 차명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2003년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보유 주식을 주당 액면가인 50엔(약 500원)에 서씨가 대주주인 경유물산에 넘긴다. 지분 가치는 수천억원으로 추정됐지만, 주식매각 대금은 약 1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신 총괄회장은 2005년 그룹 정책본부에 이 주식을 서씨 모녀와 장녀 신영자(74) 이사장에게 세금을 덜 내고 증여하는 방안을 찾도록 지시했다. 정책본부는 지분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대주주인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헐값에 매도해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정책본부는 서씨 모녀가 대주주인 ‘China Rise’라는 자본금 2억원의 유령회사를 홍콩에 세웠다. 이 회사가 재출자해 싱가포르에 ‘Kyung Yu’라는 또 다른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A, B씨가 2003년 경유물산에 지분를 넘긴 거래는 취소됐고, 대신 모든 차명지분은 ‘Kyung Yu’가 액면가로 사들인다.

롯데 측은 홍콩과 미국에 신 이사장이 대주주인 모기업 ‘Extra Profit Trading’과 자회사인 ‘Clear Sky’도 세웠다. ‘Kyung Yu’는 이미 확보한 지분 중 신 이사장 몫인 3.0%를 액면가로 ‘Clear Sky’에 넘겨 유령회사를 동원한 증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주식 가치 등을 고려해 총수 일가 탈세규모를 3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서씨와 신 이사장은 세금을 내지 않고 주식을 증여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탈세액은 약 1100억원이라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보기]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