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보여준 속살… 기암괴석 황홀경에 취하다

입력 2016-10-03 00:02
46년 만에 개방된 설악산 망경대를 찾은 등산객들이 1일 만물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면 만물상(萬物相)이 기기묘묘한 바위를 자랑하고, 구름에 가려 신비로운 듯 솟아있는 점봉산과 서북능선 등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왔다. 46년 만에 숨겨둔 속살을 드러낸 설악산 망경대(望景臺)에서 바라본 주전골과 남설악의 비경은 한 폭의 산수화였다.

망경대 일반인 개방 첫날인 1일 둘레길 탐방로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지구를 찾았다. 이곳에서 선녀탕과 금강문, 용소폭포를 거쳐 용소폭포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탐방로 개방 10분이 지난 9시45분쯤. 센터 앞 폐쇄된 주차장은 밀려든 탐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탐방객이 일시에 몰리자 설악산관리사무소 측은 20∼30명 단위로 끊어서 5분 단위로 입장시켰다. 30분 가까이 인파 속에서 차례를 기다린 뒤 드디어 입장했다. 망경대까지는 약 1.15㎞. 가파른 산길에 새로 만든 등산로를 따라 온정골 징검다리를 건넜다. 막바지 오르막길에는 성미 급한 단풍이 일부 찾아들었다. 명절에 정체된 고속도로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평소 막히지 않으면 4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1시간50분 걸려 망경대에 도착했다. 지름 60㎝, 높이 20m는 족히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지나자 시야가 확 트였다.

해발 560m인 망경대에서 바라본 만물상은 기암괴석으로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뒤로 망대암산 등 한계령과 주전골 사이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은 암봉들은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를 방불케 했다. 이달 중순쯤 오색단풍이 내려앉으면 계곡 전체를 불태우는 황홀경을 볼 수 있다.

탐방객들은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촬영명소는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찾아온 김모(56)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경치”라며 “11월 중순까지 임시 개방한다는데 연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개방은 오색 흘림골 탐방로가 폐쇄되자 양양군 번영회가 그 대안으로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 요구하면서 성사됐다. 설악산 3대 단풍 명소인 오색 흘림골 탐방로는 잦은 낙석사고로 지난해 11월 전면 폐쇄됐다.

망경대 코스 2㎞ 구간만 경치가 빼어나고, 나머지 구간은 평범했다. 그러나 탐방로 주변의 고로쇠나무와 가래나무·서어나무·층층나무 등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3월 이후 처음 개방된 이곳을 찾은 탐방객은 첫날 7600여명으로 집계됐다.

양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