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건강 상태가 정국의 변수로 부상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작된 이 대표의 단식투쟁은 2일로 1주일째를 맞았다.
이 대표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이러다가 정말 사고 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재차 요구했지만 이 대표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 대표는 위문 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정 의장이 사퇴나 사과가 없을 경우) 나는 죽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이 대표를 찾았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틀 만에 다시 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김 수석은 이 대표의 위중한 상태를 보고 조원진 최고위원에게 “강제로라도 (병원에) 옮겨야 할 것 같다”며 “자칫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이 대표를 찾아 “다들 걱정 많이 한다.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전문의를 불러 체크한 결과 이 대표의 건강 상태는 매우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혈당이 70㎎/㎗까지 떨어졌으며 60㎎/㎗ 이하 시 쇼크 발생이 매우 우려된다는 의사의 소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복 정상 혈당은 60∼100㎎/㎗이다. 염 수석대변인은 “수차례 복통 발생과 몸의 이상으로 긴박한 상태가 있기도 했다”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긴급 비상대책위원회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우현 의원 등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약 20명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뜻이 워낙 확고한 것이 걸림돌이다. 특히 구순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노부모까지 나섰지만 이 대표의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부친이 직접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한 것을 이 대표가 제지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노부모도 며칠 전부터 “자식이 단식을 하고 있는데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한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문제라면 내가 양보해서라도 끝낼 수 있지만 정 의장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우리 당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문화한 국회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법안명을 ‘정세균 방지법’이라고 하는 순간 그 법은 받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이 국회 내 단식을 금지하는 ‘이정현 방지법’을 내놓으면 새누리당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비방·폭로를 중단하고, 정 의장은 국회 파행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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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종선 권지혜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이정현 “나는 죽을 것”… 건강이 정국 변수
입력 2016-10-02 18:12 수정 2016-10-02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