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 이름 바꾸랬더니 데이터로 변경… SKT·LG유플의 꼼수

입력 2016-10-02 18:38 수정 2016-10-02 21:32

일부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꼼수 요금제를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이통사들은 지난 7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의에 따라 10월부터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요금제를 표시하기로 했다. 기존 ‘LTE 34’ 요금제는 부가세를 제외한 3만4000원을 기준으로 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지불 금액인 3만7400원에 맞춰 ‘LTE 37’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소비자가 실제 내는 금액과 요금제 이름이 달라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지만 2일 이통3사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요금제 이름을 실제 지불 금액에 맞게 변경한 곳은 KT뿐이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요금제 이름을 요금 기준이 아닌 데이터 제공량 기준으로 바꿨다. LG유플러스는 1일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름을 ‘데이터 1.3’ ‘데이터 스페셜’ 등으로 바꿨다. 월 3만9490원(부가세 포함)에 데이터 1.3GB를 제공하는 ‘데이터 1.3’ 요금제의 기존 이름은 ‘데이터 35.9’ 요금제였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요금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요금제 이름만 보고는 얼마의 요금을 내야 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SK텔레콤 역시 지난달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이름을 바꿨다.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월 3만9600원(부가세 포함)짜리 요금제의 이름은 기존 ‘band 데이터 36’에서 ‘band 데이터 1.2G’로 바뀌었다. 10GB 이상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T시그니처 Classic’ ‘band 데이터 퍼펙트’ 등의 이름이 붙었다.

반면 KT는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을 요금제 이름에 반영했다.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8390원짜리 요금제 이름은 ‘데이터 선택 38.3’이 됐다. 이 요금제의 기존 이름은 ‘데이터 선택 349’였다. 기존과 동일하게 요금제 이름만 보고 얼마짜리 요금제인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데이터 이용량이 월 평균 4GB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용자의 요금제 선택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래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8월 기준으로 가입자당 트래픽 이용량은 3956MB에 달한다. 무선데이터 이용량 수치는 매달 늘어나는 추세로, 그만큼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요금 변화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은 미래부 권고에 실제 지불 금액을 반드시 표시하라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래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부가세를 제외한 요금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 지불 금액을 포함한 수치를 요금제 이름에 반드시 넣으라는 것은 아니다”며 “미래부의 인가를 받고 요금제 이름을 바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역시 “요금제 이름에 얼마인지 쓰여 있지 않더라도 매장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실제 지불 금액이 함께 적혀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