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연고 있는 변호사 선임 안됩니다”… ‘재판부 재배당’ 서울중앙지법만 61건

입력 2016-10-02 18:33

판사의 고교 동문이나 연수원 동기 등 이른바 ‘연고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이 재판부를 다시 배당한 사례가 최근 1년 서울중앙지법에서만 61건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절반가량이 사기, 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연고 변호사 선임 등으로 재판부가 재배당된 사례는 총 61건이었다. ‘재판부 재배당 정책’이 처음 실시된 지난해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20건, 올해 1∼8월까지 41건이 재배당됐다. 재배당 정책은 재판장·배석 판사와 사건 변호사가 ‘고교 동문이거나 대학(원)·연수원 동기, 같이 근무한 경력 등이 있을 경우’ 재판부가 소속 법원에 재배당을 요청하도록 한다. 전관예우 등을 차단하기 위한 법원 자정노력의 일환이다.

재배당 사건의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사기 혐의(18건, 29.5%)가 가장 많았다. 같은 법 횡령·배임 혐의가 각각 8건(13.1%), 4건(6.6%)으로 뒤를 이었다. 소위 ‘경제 범죄’로 분류되는 죄명이 전체 사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백 의원은 “경제 범죄에서 재배당 사건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여전히 연고 관계에 기댄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한다”며 “재배당 제도를 미시행하는 법원에서도 적극적인 제도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 5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재판부 등에 대한 기피·회피 신청이 429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454건에서 지난해 990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지만 받아들여진 건 3건에 불과했다. 현행 민·형사소송법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금 의원은 “인용률이 낮은데도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며 “법원은 기피·회피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