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의 줄에 매달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선풍기를 만날 수 있다. “저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이도 있고 “어이쿠 깜짝이야!”라며 피하는 이도 있다. 서울 용산구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선보이는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작가 올라퍼 엘리아슨(49·사진)의 작품 ‘환풍기’다. 그의 전시는 이렇듯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층 첫 전시장에서 만나는 ‘이끼 벽’은 북유럽 지역에서 자라는 순록이끼로 벽 한 면을 채웠다. 실제 이끼 냄새가 난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 안에서 예상치 않게 자연과 맞닥뜨리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 반대편에는 ‘뒤집힌 폭포’라는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펌프와 파이프를 이용해 물이 거꾸로 흐르도록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물소리가 들린다.
거울처럼 광택을 낸 마름모꼴의 스테인리스 스틸 판으로 만든 ‘자아가 사라지는 벽’은 만화경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검은 바탕에 1000여개의 유리구슬을 붙인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은 우주의 성운(星雲) 속으로 뜻밖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 바람, 물, 이끼, 별 등 자연을 이용한 작가의 작품은 착시효과를 통해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한 엘리아슨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덴마크 국가관 대표작가로 명성을 높였다. “아름다움은 중량을 측정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언어와 장소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한국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에는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라는 타이틀로 설치, 사진, 영상 등 22점을 출품했다.
지난달 27일 내한한 그는 “예술이란 우리 내면에 있지만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작가는 그냥 만들기만 하고 관람객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의회에 모이듯이 미술관이라는 장소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견해가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은 2층 전시장의 ‘무지개 집합’이다. 천장에서 물이 분사되는 장치를 설치하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조명으로 비춰 무지개가 떠오르도록 한 작품이다. 작가는 “사람의 눈과 빛, 물방울의 각도가 45도가 될 때 무지개가 가장 선명하다”며 “관람객이 움직이면 무지개도 달라지는데 여러분이 바로 아티스트”라고 했다.
둥근 형태의 ‘무지개 집합’ 작품 안 무대에서는 국립발레단(10월 8일)과 무용인 안은미씨(내년 1월 7일)의 댄스 퍼포먼스를 구경할 수 있다. 삼성미술관은 서울 중구 플라토 폐관으로 미술계 안팎의 아쉬움을 샀다. 엘리아슨의 리움 전시는 다양한 볼거리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내년 2월 26일까지 전시.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삼성미술관 리움 ‘올라퍼 엘리아슨’展, 바람·물·이끼·별… 자연 통해 관람객 오감 자극
입력 2016-10-0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