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주인공 롤라 역 정성화 “15센치 킬힐 신고 연기… 여자들 얼마나 힘든지 실감”

입력 2016-10-02 17:27 수정 2016-10-02 22:03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여장남자 롤라 역으로 출연중인 정성화는 개그맨으로 데뷔해 현재 뮤지컬계 최고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뮤지컬에 출연하는 한편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그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르와 상관없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말했다. 윤성호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가 돌아왔다. 2013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파산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랙퀸(여장남자) 롤라의 도움으로 ‘킹키부츠’를 만들어 성공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선 2014년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1년여 만에 캐스팅을 일부 교체해 돌아온 ‘킹키부츠’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배우는 단연 정성화(41)다. 올해 롤라 역으로 처음 출연한 정성화는 공연마다 맛깔스런 연기로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성화는 “뮤지컬 ‘라카지’의 남장여자 가수 자자 역으로 출연할 때 롤라 역을 제안받았다. 처음엔 두 캐릭터가 겹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너무 색깔이 달라서 오케이했다”면서 “자자는 스스로를 여자로 생각하는 반면 롤라는 옷만 여성스럽게 입을 뿐 씩씩한 남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롤라의 경우 15㎝나 되는 힐을 신는 게 힘들다. 여장을 할 때마다 여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실감한다”고 웃었다.

그는 현재 뮤지컬계에서 최고 남자 배우 반열에 올라있지만 원래 개그맨 출신이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가 뮤지컬에 입문한 것은 2003년 남경주 등과 출연한 ‘아이 러브 유’. 그는 “연기에 대한 꿈이 있어 군대에 다녀온 뒤 배우로 전향했다. 드라마 ‘카이스트’(2000) 등에 출연했지만 개그맨 출신이라서 웃기는 감초 역할만 원했다. 정극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2002년 대학로에서 연극 ‘아일랜드’에 출연했을 때 프로듀서인 설도윤 대표님이 보고 뮤지컬에 캐스팅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노래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뮤지컬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이 러브 유’를 2년 가까이 하면서 뮤지컬 배우로 본격 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뮤지컬계에서 스타로 부상한 것은 2007년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 역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 되면서부터다. 원래 제작사에선 돈키호테의 부하인 산초 판사 역을 제안했지만 그는 돈키호테 역을 욕심냈다. 그리고 오디션 끝에 당당히 낙점을 받았다. 그는 “뮤지컬계 최고 톱스타인 조승우와 비교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당시 연습실 근처에 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나눴다. 덕분에 배우로서 관객과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와 믿음을 얻게 됐다”면서 “사람이 살다 보면 꼭 맞춰야 하는 표적이 있는데, 내겐 ‘돈키호테’가 그런 작품이었다. 첫 공연 때 객석이 다 차지는 않았지만 관객의 기립박수를 보면서 이 열정을 평생 잊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창력과 연기력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그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영웅’의 안중근, ‘레미레자블’의 장발장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그는 틈틈이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맛깔스런 조역으로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쉽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하는 상태다. 영화계에서 내 자신을 완전히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맨오브라만차’를 통해 뮤지컬계에서 나를 믿게 된 것처럼 영화에서도 그런 기회를 잡고 싶다”면서 “오는 11월 개봉하는 영화 ‘스플릿’에서는 주역급으로 출연한데다 처음 악역을 연기했다. 내게 영화계의 ‘맨오브라만차’ 같은 작품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장르와 상관없이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꿈과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