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남편과 나는 ‘㈜도서총판 푸른언덕’을 설립했다. 학습지와 참고서 등을 유통하는 회사다. 남편은 사촌아주버님 회사에서 착실히 출판 유통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성품이 착하고 온순했던 남편은 회사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8년 만에 아주버님은 남편을 독립시켰다.
푸른언덕은 아주버님의 건물에서 시작했다. 1층은 사업장으로,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했다. 난소종양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 나는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보다 남편을 돕자고 생각했다. 나는 회계를, 남편은 영업을 담당했다.
회사를 세운지 2년쯤 지났을까. 2주에 한 번씩 가정으로 배달되는 새로운 형태의 학습지가 나왔다.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 회사는 이 학습지의 강남지역 판매·보급을 담당했다. 하루라도 빨리 학습지를 전달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출판사에서 학습지가 늦게 도착해도 기다렸다가 학생들에게 배달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배달한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우리의 근면 성실함에 학생 회원들은 쑥쑥 늘었다. 몸은 힘들지만 참 즐겁게 일했던 때다.
나에게 신앙은 분명한 삶의 원칙이다. 이 신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나름의 원칙들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나 스스로에게 엄격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직하고 당당하게 남에게 나의 말을 들려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신뢰 가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가 아닐까 한다. 신뢰는 남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데 바탕이 되는 덕목이다. 나 스스로 신뢰받는 사람이 돼야 내 주변을 신뢰 있는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
이 같은 원칙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니 매출도 급성장했다. 사업이 한창 잘될 시기에 우리에겐 더 큰 ‘기쁨’도 찾아왔다. 결혼하고 6년 동안 아이 소식이 없자 얼마나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기도를 드릴 때면 항상 편안하게 마음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말씀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1990년에 드디어 딸을 품에 안았다. 아이 이름을 ‘기쁨’으로 지었다. 기쁨이로 인해 지난 세월 아팠던 상처들은 다 잊고 우리 부부가 큰 기쁨을 얻었듯, 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선물로 주는 아이가 되길 바라서다.
정말 이때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특히 시어머니와 관계를 회복한 게 큰 은혜로 기억된다. 남편과 내가 신앙으로 하나 되니 시어머니도 아들 내외를 따라 믿음생활을 시작하셨다. 세례를 받으시고 틈틈이 성경말씀을 읽으셨다. 시어머니는 우리 부부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셨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맡아주셨다. 살림집 아래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식사까지도 챙겨주신 분이다. 그런 어머니를 좀 더 오랫동안 모셨더라면 좋으련만, 시어머니는 뭐가 그리도 급하셨는지 66세에 신부전증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란 <6> 부부가 신앙으로 하나 되자 사업·가족관계 순풍
입력 2016-10-02 19:05 수정 2016-10-02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