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두 야당의 의견을 경청했다. “‘반쪽’ 국정감사 등 국회 문제는 여야가 해결할 일”이라고 거리두기를 해 오던 스탠스에서 변화한 것이다.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보이콧을 접고 이르면 4일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바쁘게 움직였다. 청와대와 거야(巨野) 간 채널이 가동된 것이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7시쯤 국회를 찾아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는 오후 5시50분쯤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에 앞서 김 수석은 오후 4시30분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김 수석은 박 비대위원장과 회동 직후 “국회와 국정이 이렇게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청와대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역할이 있다면 하겠지만 지금은 여야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파행을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조건도 갖고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아직은 전화연락을 해보지 않았다”면서 “(정 의장이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하기 전에 한 번쯤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김 수석이) 해법을 가져왔다기보다 내 의견을 물으러 와서 ‘새누리당이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사퇴 현수막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김 수석은 우 원내대표와도 5분간 전화통화했다. 우 원내대표가 선약이 있어 만나지는 못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수석에게 ‘정국이 꽉 막혀 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또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찾아 닷새째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만났다. 김 수석은 “대통령께서 조금 많이 걱정하시고 이 대표의 건강이 염려돼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러 왔다”고 했다. 김 수석은 “이 대표가 ‘아직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충남 계룡대에서 1일 열리는 ‘국군의 날’ 행사가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있다. 정 의장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들이 참석해 자연스레 정국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1일이 만 58세 생일인 이 대표를 축하하기 위해 대표실을 방문했다. 한 최고위원은 “단식 중이라 케이크를 준비할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가벼운 당뇨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와 별도로 정 의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추가 폭로전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 부인이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로 공무원 신분인 의장 비서실 직원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의장 공관에 정 의장의 직계가족 외에 여동생과 고모가 함께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장 부인 차량에 현대백화점 최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스민 클럽’ 스티커가 부착됐다고 폭로했다. 자스민 클럽은 연간 4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현대백화점이 각종 고급 혜택을 부여하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정 의장 측은 “관련 법 규정, 내규, 관례에 어긋나는 것이 없다”며 “국회 스스로가 대한민국 국회와 의장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데 대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
朴 대통령 ‘단식 중단’ 요청… 靑-巨野, 채널 가동
입력 2016-10-01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