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혐의가 인정된 전북 현대가 승점 9점 감점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전북에 대해 2016 시즌 승점 9점을 삭감하고 벌과금 1억원을 부과했다.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후 구단의 승점이 삭감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K리그 챌리지(2부 리그) 소속인 경남 FC가 유리한 판정을 해 달라며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승점 10점이 삭감된 적이 있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승점이 깎이는 징계를 받았다.
부산지법 정성욱 판사는 지난 28일 전북 스카우트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내렸다. A씨는 2013년 K리그 심판 B씨와 C씨에게 각각 두 차례, 세 차례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건넸다. A씨는 “축구 선배로서 심판들에게 생활비를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 판사는 ‘부정한 청탁’이라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5월 23일 이 사건이 처음 밝혀진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자체적으로 해당 심판이 관련된 2013 시즌 전북 현대의 리그 경기를 분석한 후 “승부조작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결론이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또 상벌위는 경남의 징계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 심판 매수 등으로 승점 10점 삭감 및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에도 상벌위는 승부조작이 아닌 심판 매수 행위만을 징계 대상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전북의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판 매수 사건은 프로축구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범죄다. 또 이번 사건으로 전북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으며, K리그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상벌위가 경남의 징계 사례를 전북에 적용했다면 안일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는 갈수록 범죄행위에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데 상벌위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 축구회관에서 ‘프로스포츠 분야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5개 종목(야구·축구·농구·배구·골프) 7개 프로스포츠 단체는 부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이날 발표된 개선안은 시행 세칙을 추가로 마련해 2017년 1월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북에 대한 상벌위원회에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전북은 징계가 내려진 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련의 사태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앞으로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일에 앞장서며,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이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받음에 따라 우승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까지 18승14무(승점 68)를 기록한 전북의 승점은 59로 줄었다. 2위 FC 서울(54)의 승점 차는 5점으로 좁혀졌다. 서울이 막판 뒤집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승점 차다.
그러나 전북의 전력이 워낙 강해 우승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선수들은 오히려 최강희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심판 매수’ 전북 -9점
입력 2016-09-30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