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교회 타깃으로 집중 세무조사 할 수도”

입력 2016-09-30 20:52
국민일보와 분당중앙교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 한국교회의 과제와 대처’ 세미나에서 문병호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수 회계사,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 월간 목회 발행인 박종구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총신대 문병호 신현우 교수. 강민석 선임기자
30일 세미나에는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몰렸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청중들이 행사장 밖에 마련된 좌석에서 영상으로 세미나를 시청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국민일보와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 한국교회의 과제와 대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2018년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주최 측은 당초 200석을 준비했으나 500여명이 몰려 이 문제가 한국교회의 주요 관심사임을 보여줬다.

김두수 이현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2018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데 현실적으로 과세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이라면서 “실제로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사례비, 성역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받는 보수금 항목이 천차만별인 데다 활동비 교육비 사택운영비 등은 과세 및 비과세 소득으로 명확히 명시돼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과세당국은 종교단체의 과세 대상자와 소득을 파악한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막대한 급여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라며 “제한된 인원으로 세금을 징수해야 하는 국세청이 탈세를 막기 위해 특정 지역 교회들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과세제도가 구체화되면 최악의 경우 해외 선교·집회에 참석하려는 목회자가 탈세 때문에 출국이 금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는 “종교인 과세 시행은 세무당국이 교회 장부를 조사하고 간섭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것은 헌법이 선언한 정교분리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중대 상황이 왔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인의 소득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개인소득이 어디까지인지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분당중앙교회처럼 운영정관을 만들고 예산집행을 할 때는 적법성, 절차의 정당성, 투명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천 분당중앙교회 목사는 “종교인 과세가 15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여론에 떠밀려 이걸 덜컥 통과시켰다”면서 “문제는 수십년간 납세 경험이 없었던 수만명의 목회자가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병호 총신대 교수도 “목회자의 초과근무, 연봉계약, 노조결성 가능성 등의 복잡 미묘한 문제점이 있었지만, 정부가 심도 깊은 연구나 합의 절차 없이 종교인 과세를 강행했다”면서 “종교인 과세를 분명하게 반대하며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옳소” “아멘”을 외치며 종교인 과세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세미나에는 30여명이 서면질문을 제출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목회자 세금납부가 가져올 파급력을 우려하면서 제대로 된 지침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했다.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전 대표회장은 “목회자 납세가 한국교회의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세미나에 직접 참석했다”면서 “세법 규정이 모호한 데다 정부 홍보도 미흡해 자칫 잘못하면 납세에 미숙한 목회자들이 탈세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한국교회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