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최근 클래식 기획사 빈체로가 오는 12월 내한하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티켓 오픈에 맞춰 가격을 조정했다. 특히 2∼3층 좌석을 모두 2만5000원으로 낮춰 파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김영란 티켓’이 등장한 것이다. 김영란법 시대를 맞은 공연계는 어떤 고민에 빠져 있을까.
A : 빈체로는 지난 28일 김영란법 발효를 앞두고 세계적 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12월 4∼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티켓 가격을 조정했다. 최고 33만원부터 7만원까지 R-S-A-B-C 등급으로 나뉘어 있던 티켓을 30만원에서 2만5000원까지로 낮춘 것이다. 특히 콘서트홀 3층에 해당하던 C석을 R-S-A석도 있던 2층까지 모두 확대했다. 최고 30만원인 티켓을 2만5000원으로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C석을 구입하려는 클래식 팬들 사이에 예매대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팬들이 구입한 티켓은 대체로 3층 아니면 2층의 가장자리 블록이었다. 2층 가운데 블록은 빈체로가 협찬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별도로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할인은 특정인 대상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후원 기업 입장에서도 2만5000원 초대권 2장을 고객에 제공해도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인 5만원 이하가 되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빈체로 관계자는 “민간 기획사가 기업 협찬 없이 유료 티켓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기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조차도 유료 티켓이 전체 매출의 30∼40%밖에 되지 않는 만큼 공공지원 및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번 가격 조정으로 전체 매출이 감소될 수 밖에 없지만 협찬 기업에 티켓을 제공하려면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소극장 연극 등은 현재 김영란법 후폭풍에 대해 그다지 관련이 없지만 높은 제작비 때문에 기업 후원 의존도가 높은 클래식, 오페라, 발레 등의 단체들은 당장 내년에 계획된 공연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이미 계약이 끝난 공연은 가격 조정 등을 통해 어떻게든 진행해야겠지만 그 이후 계획했던 공연은 아예 취소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기업들이 벌써부터 협찬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연계에서는 5만원 이하 초대권 규정을 언론에 일괄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일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의 경우 최저가가 11만원이다보니 대다수 기자들은 취재를 포기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한달 동안 이뤄지는 축제 내내 제공하는 티켓들을 모두 합한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정해 사실상 취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도밍고 내한공연을 홍보하는 PRM 관계자는 “공연예술 분야에서 언론은 매우 중요한 조력자다.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하고 평가하는 기사 자체가 공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면서 “해외 공연계에서도 티켓 가격에 상관없이 취재 기자를 초대하고 있다. 취재용 티켓을 선심성 공짜 티켓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김영란 티켓’ 등장… 고민 깊은 공연계
입력 2016-10-02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