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가용·자전거 출퇴근 사고도 업무상 재해 ”

입력 2016-09-30 18:07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보나 자전거, 자가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다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자전거로 퇴근하다 넘어져 왼손을 다친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기사 A씨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를 대상으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통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만 산재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경제적 불이익을 줘 자의적으로 차별하므로,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A씨처럼 자신이 소유한 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사업주 제공 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를 같은 근로자라고 봤다. 누군가는 출퇴근 중 산재를 인정받을 때 오히려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A씨가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근거 없는 차별이라는 것이 헌재의 결론이었다.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일 뿐”이라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합헌 결정을 위한 과반수에 이르지 못했다. 헌재는 다만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상실될 혼란을 우려해 단순위헌 선고를 내리지는 않았다. 내년 말을 시한으로 국회에서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해당 조항을 유지, 법 적용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