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침체의 늪’ 허우적
입력 2016-10-01 00:00
한국 제조업이 수출 부진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자동차 부문 파업까지 겹치면서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 주축인 제조업 부진으로 지난달 전산업생산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고, 제조업 공장 생산력을 보여주는 평균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 부진은 고용으로도 이어져 제조업 고용 증가도 멈춰 섰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113.9로 7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4월 0.7% 감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던 전산업생산이 4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지난달 자동차생산이 17.7%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동차생산 감소는 전체 광공업생산을 2.08% 끌어내렸고, 그 결과 8월 광공업생산은 7월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월(-3.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기획재정부는 해외 생산 증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자동차 수출이 부진한 상태에서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노조가 지난 7월 시작한 파업의 영향까지 생산지표에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현대·기아·GM 등 자동차 3사 파업으로 차질이 생긴 자동차생산은 약 6만6000대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 대비 3.4% 포인트 하락한 70.4%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생산이 줄면 자연스레 필요한 노동력도 줄어든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제조업 고용 부진은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8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서 제조업 종사자 수의 증가폭이 최근 들어 정체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 2014년 12월 전년 동월비 14만명 증가를 기록했던 제조업 종사자 수 증가폭은 지난달 3만8000명에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 침체 속에 이 부문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제조업 부진을 중심으로 한 경기 침체 상황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9월에는 자동차업계 파업이 계속되면서 판매에도 차질을 줘 소비지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동차 파업 장기화에다 갤럭시 노트7 리콜, 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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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민영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