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한미약품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계약금 약 8500억원에 기술을 사들인 폐암 신약개발을 포기했다. 국내 임상실험에서 해당 약품을 투약한 환자 중 2명이 부작용으로 사망해 신약개발 포기가 이런 부작용과 관계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30일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 폐암 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포기함에 따라 권한을 반환받는다고 공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데이터 재평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동향과 미래비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미약품에 알려왔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올무티닙 기술을 수출했다. 규모만 7억3000만 달러(8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통상 신약 관련 계약은 개발단계에 따라 돈을 나눠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금과 기술료 명목으로 받은 718억원 외에 나머지 돈은 포기해야 한다. 당초 계약 규모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임상실험에서 허가사항에 반영되지 않은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작용 때문에 베링거인겔하임이 신약 기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스티븐존슨증후군(SJS)과 독성표피괴사용해(TEN)다. 심한 급성 피부접막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피부 괴사 및 점막 침범 특징이 나타난다. 중증이상반응 사망자는 TEN 관련 2명, SJS 관련 1명이다. TEN 관련 환자 1명은 입원 후 회복됐다. 해당 의약품 투약자 731명 중 3명(0.4%)에게서 이 같은 질환이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해당 성분이 함유된 올리타정(200·400㎎)을 개발해 임상 1·2상을 거쳤다. 현재는 임상 3상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투약 중이었다.
정현수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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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거인겔하임, 한미약품 폐암 신약 개발 포기
입력 2016-09-30 17:57 수정 2016-09-30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