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LNG선 2척 올해 첫 수주… 11개월 만에 ‘단비’

입력 2016-10-01 00:01 수정 2016-10-01 00:24
삼성중공업이 2013년 건조한 16만㎥급 LNG선. 삼성중공업은 30일 올해 처음으로 이보다 더 큰 규모의 LNG선 건조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11개월간의 ‘수주 절벽’을 끝내고 올해 첫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다음 달부터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어 유동성 확보와 함께 구조조정 자구안 이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도 호재로 작용하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조선업계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유럽 선사인 ‘가스로그’와 18만㎥급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계약을 4200억원에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1척은 이날 계약이 발효됐고, 나머지 1척은 연내 발효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선은 화물창 내부의 자연기화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마크(Mark) V’ 방식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기존 LNG선에서는 화물창 내부의 천연가스가 매일 0.09∼0.1%가량 자연기화된다. 삼성중공업의 LNG선은 이를 0.075%까지 낮춰 자연기화되는 가스량을 최대 25%가량 감축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기화율이 줄어든 만큼 잉여가스 발생량이 감소해 운송 효율이 개선된다. 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약 100만 달러로, 20년간 운항할 경우 누적 절감효과는 2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와의 협력으로 선박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표치는 53억 달러(약 5조8300억원)로, 이번 LNG선 수주로 7.2%의 달성률을 기록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낭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인 ENI사가 진행하는 모잠비크 FLNG(부유식 LNG생산설비) 입찰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의 테크닙, 일본의 JGC 등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의 계약금액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게일(GAIL)사가 진행하는 LNG선 입찰에도 단독 참여하고 있다.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면 추가로 LNG선 4∼6척의 수주가 기대된다. 양호한 수주 실적에 연말까지 유상증자가 제대로 진행되면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자구안 이행도 순조로울 전망이다.

수주가 이어지면서 불황의 늪에 빠졌던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 상승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해양플랜트와 유조선·가스운반선의 수요가 덩달아 늘 수도 있다”며 “신규 수주 증가와 고유가 등 호재가 겹치면 조선 빅3의 체질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