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만 더 키우는 미르·K스포츠 재단 통합

입력 2016-09-30 17:36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양 재단을 해체하고 새로운 통합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문화·체육 사업 간에 공통부분이 많고 조직 구조와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이 나타나 10월 중 두 재단을 해산하고 750억원 규모의 새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9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의 출연금을 받은 재단법인 미르는 1년 만에, 역시 19개 기업으로부터 288억원을 거둔 K스포츠재단은 9개월 만에 해체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단 하루 만에 미르재단 설립 허가가 나온 경위에 의문이 쏠리자 사전에 치밀한 검토와 준비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구조·비용 모두 비효율적이라 해산한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그러니 외부의 어떤 큰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한층 힘을 받는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청와대 개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내 아이디어로 두 재단이 설립됐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받은 전경련이 대기업을 독촉해 거액을 모금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문서와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두 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은 이제 그냥 덮고 갈 수 없게 됐다. 청와대든 전경련이든 “사실이 아니다”고만 할 게 아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을 주도한 핵심으로 투명하게 전후 과정을 공개할 책무가 있다.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을 않다보니 해산 결정도 청와대 개입 논란을 물타기하기 위한 ‘재단 세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재단 해산 및 통합 결정의 위법 소지도 있다. 재단법인은 해산 시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한데 K스포츠의 경우 현재 이사진이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혀 이사회가 공백 상태다. 국회는 두 재단 설립과 해산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재단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등을 자료를 제출받아 철저히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