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 “책임질 것”사퇴까지 시사

입력 2016-09-30 18:04 수정 2016-10-01 04:38
NC 다이노스 4번 타자 에릭 테임즈가 지난 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6회초 1사 1, 3루 때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장타를 날리고 있다. NC 중심타자 테임즈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으면서 가을야구의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왼쪽 작은 사진은 김경문 NC 감독. 뉴시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외국인 강타자 에릭 테임즈(30·미국)가 음주운전 중 경찰에 적발돼 정규리그 잔여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하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NC에 돌발 상황이 닥치면서 가을야구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테임즈에게 규약 제151조 품의손상행위 3호에 의거해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고, 정규리그 잔여경기 및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테임즈는 모두 9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NC 구단에 대해서는 사후조치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규약 제4조 지시·재정 및 재결 3항을 근거로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테임즈는 지난 24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을 방문한 어머니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칵테일 2잔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귀가하면서 운전대를 잡은 것이 문제였다. 테임즈는 오후 11시쯤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56%였다.

배석현(47) 단장을 비롯한 NC 고위층은 테임즈의 음주운전을 곧바로 인지했다. 하지만 김경문(58) 감독과 팬들에게 알리지 않고 닷새 동안 함구했다. 김 감독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난 29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10대 5로 격파한 더블헤더 1차전까지 테임즈를 정상적으로 투입했다. 테임즈는 이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김 감독은 곧바로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까지 테임즈를 선발 명단에 올렸지만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하고 1회말 첫 타석에서 교체했다.

NC는 시즌 내내 선수들의 일탈로 홍역을 앓았다. 승부조작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태양(23)과 지난 7월 계약을 해지했고, 같은 사건에 연루돼 경찰 참고인조사를 받은 이재학(26)을 2군으로 보냈다. 지난 8월에는 투수 이민호(23)의 외도와 폭행을 주장한 아내의 인터넷 게시물로 파장이 일었다. 테임즈까지 무려 4명의 선수가 정규리그 중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테임즈의 경우 구단의 안일한 사후조치, KBO의 ‘솜방망이 처벌’로 더 큰 비난에 휩싸였다. KBO는 지난해 6월 만취 상태로 접촉사고를 내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26)에게 6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정성훈(36·LG)은 13경기, 오정복(30·kt 위즈)은 15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테임즈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정성훈(0.126%) 오정복(0.103%)보다 낮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지만, 음주운전 선수를 10경기 이상 출전정지 조치했던 과거의 사례보다 경미한 징계를 받았다.

테임즈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비난여론으로 위축된 심리와 9경기를 연달아 휴식해 떨어진 실전감각을 포스트시즌에서 얼마나 끌어올릴지 미지수다. 테임즈는 지금까지 122경기에서 140안타(40홈런) 121타점 타율 0.321을 기록한 NC의 중심타자다. 정규리그보다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포스트시즌에서 NC의 공격력에 불을 붙일 기폭제 역시 테임즈다. NC가 테임즈의 침체로 포스트시즌에서 정규리그만큼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두산의 독주는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내내 집안단속을 못해 비난 여론에 시달린 김 감독은 사퇴를 시사했다. 김 감독은 “올해 여러 사건이 터졌다. 변명할 것도 없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NC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1대 7로 완패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