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변통, 즉 터진 일을 우선 시급히 둘러맞춰 처리하거나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대다.’ 미봉(彌縫)입니다. 일단 어려움을 모면하고 보자는 생각에 눈가림만 하는 것이지요.
소위 천자의 나라 주(周)가 중국 대륙의 질서를 근근이 유지해가던 2700여년 전 춘추시대, 제후국 정(鄭)나라 장공이 힘이 빠져가는 천자에게 대듭니다. 격분한 주 환왕이 정나라를 치러 가지요. 환왕이 접경에 이르자 정나라 공자 한 사람이 장공에게 진언합니다.
“전차와 전차 사이를 실로 꿰매듯 보병을 배치하는 진법으로써 환왕에게 대응해야 합니다.” 미봉책을 말한 것입니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말이지요. 같은 책에 彌縫其闕(미봉기궐)이라는 구절도 있는데 부족한 점을 ‘보완, 보충’해준다는 뜻입니다. 闕은 사직, 사망, 실격한 사람의 남은 임기를 채우기 위해 후임자를 뽑는 보궐선거(補闕選擧)에서처럼 ‘비다,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환왕이 패퇴한 것으로 보아 미봉책은 ‘보완과 결속’ 역할을 다했으니 괜찮은 계책이었던 것인데 지금은 임시방편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미봉은 헌 데를 깁는다는 뜻의 彌, ‘봉합’ 등에 쓰이는 꿰맬 縫으로 된 말입니다.
미봉은 속병이 깊어 아픈데 진통제만 먹는 꼴이지요. 근본 처방 없이 미봉하는 데 급급하면 머잖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임시방편으로 땜질처방만 하는 미봉(책)
입력 2016-10-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