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열린 항저우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균형 성장을 위해 통화정책과 더불어 구조개혁과 재정정책이 중요하며, 국가채무 비율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양질의 투자를 우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러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4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특히 독일, 한국 등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가 최대한 재정을 풀어 수요를 진작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OECD와 IMF도 단기적으로 경기 확장을 위한 재정정책을 권고하거나 중기적으로도 한국의 공공부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조개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재정을 적극 확대한 이후 각국은 악화된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회복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 토론토 G20 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은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는 국가채무 비율을 안정시키거나 하향 추세로 전환시키는 재정계획 마련에 합의했었다. 현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대체로 합의했던 재정 건전화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나라도 재정적자 규모를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에서 2013년 1.5%로 반감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4년 2.0%, 2015년 2.4%, 2016년 추경 기준 2.4%로 다시 커져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축소 추세와는 대조를 보였다. 국가채무 비율도 2008년 말 GDP 대비 28.0%에서 2016년 추경 기준 39.3%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는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훨씬 작다. 그러나 경기부양에 신경을 쓰다보니 재정건전성 회복 속도가 더뎌진 것은 문제다. 특히 내년은 대통령 선거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역대 정부예산안을 분석해보면 대선을 치르는 연도의 일반회계 지출 증가율이 집권기간 평균 증가율보다 1.5% 포인트나 높았다.
국회에 제출된 2017년 정부예산안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을 모두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통과된 추경이 세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나랏빚을 내지 않고도 재정지출을 늘렸듯 내년 예산안도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총수입 규모가 올해보다 23조원 증가하는데 총지출은 14조원만 늘리고 나머지 9조원을 재정적자 축소에 사용함으로써 총지출 증가율을 최근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재정적자를 GDP 대비 1.7%로 금년 추경보다 0.7% 포인트나 개선시켰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의 일반회계 지출 증가율은 최근 4년 평균보다 2.9% 포인트나 낮은 0.5%에 불과하다. 다만 정부는 내년도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 4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자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하로 억제하도록 채무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입법예고했다. 국회는 선심성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등 구태에서 탈피해 방만하거나 비효율적인 예산 사업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동시에 재정건전화법을 통과시켜 반드시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이다.
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 원장
[기고-박형수]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확보
입력 2016-09-30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