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을 향한 반반의 시선… “리더십 탁월” “존재감 없어”

입력 2016-10-01 04:03 수정 2016-10-01 11:09

“리더십과 용기, 긍정적인 생각과 상상력을 지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 유엔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반 총장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건배사를 외쳤다.

반면 같은 날 영국 텔레그래프는 ‘반기문 총장은 세계를 위해 무엇을 했나’라는 기사에서 “세계는 그를 그리워할까? 아마 아닐 것(Will the world miss him? probably not)”이라고 혹평했다.

오는 12월 31일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에게 남은 시간은 단 3개월. 이미 국내에서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은 극과 극으로 갈라진 평가를 극복할 수 있을까.

서방 언론은 한국의 ‘반기문 돌풍’을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다루며 “사무총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면서 “반 총장은 가장 따분했고, 고통스럽게 눌변이었다. 의전에 집착했고 자연스러움과 깊이가 부족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은 “임기 내내 방관하는(aloof)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며 소극적인 행태를 지적했다.

지난 10년 반 총장의 별명은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이었다. 강대국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해가 충돌하는 곳에선 존재감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리아 내전과 난민 문제가 대표적이다. 북한 핵 문제에서는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군이 감염원으로 지목된 아이티 콜레라 사태, 아프리카 내 유엔평화유지군 성범죄는 반 총장을 저격한 단골 이슈다.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고, 무난하기 때문에 당선됐다” “능력과 자질을 못 갖춘 것이 현재 유엔의 결함을 대표한다”는 악평에도 시달렸다.

반 총장에게도 할 말은 많다. 사무총장의 권한은 유엔헌장 15장에 ‘수석 행정직원’이라고 명시됐을 뿐이다.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권고로 최종 선출되므로 취임 후에도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를 향한 비판은 대부분 유엔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경우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목표인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은 반 총장 임기 중 가장 의미 있는 성과다. 반 총장은 지난 5일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실패한 총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엔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업적으로 지난해 시작된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UN SDGs)’ 설정과 파리협약을 꼽았다.

아시아 출신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성에 아시아권에선 환영을 받았다. 특히 스킨십을 늘리며 공을 들인 중국에선 호평이 다수다. 중국 청년보는 지난 7월 반 총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며 임기 중 10차례 이상 중국을 방문한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언급했다. 신문은 “반 총장이 중국의 발전과 안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반 총장을 “오랜 친구”라고 불렀다.

반면 지난 7월 일본 산케이신문은 반 총장 대신 일본인이 사무총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비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연고주의를 앞세워 일본을 견제했고 친중파 발언을 계속했다”며 “‘반기문 대통령’ 탄생은 한·일 관계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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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권준협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