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내가 지었지만 벌은 주님이 받으셨다. 이 놀라운 십자가의 구속 사건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사실을 믿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그러나 율법 준수의 문제는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복음과의 관계를 통하여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지금도 그리스도인의 도덕성과 관련하여 그리스도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세례까지 받은 가족 중 한 사람이 오랫동안 바다에서 선상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결혼시기를 놓쳐버린 50대의 이 총각은 자신의 삶이 순탄하지 못한 이유를 과거의 부도덕함이요, 심지어 육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율법과 행위에 관계없이 믿음으로만 구원받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예화를 동원했지만 그래도 그의 가슴에 가장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자녀로서의 특권이라고 했다. 비록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불순종을 한다고 해도 자녀라면 그의 아들이요, 딸이 분명한 것처럼 우리가 율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버림을 받거나 믿음으로 구원받은 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성경을 인용해 가면서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직 말씀에 근거하여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서 바울은 율법은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몽학선생(개역개정판에는 ‘초등교사’로 번역함, 갈 3:24)일 뿐임을 강조한다. 모든 이방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먼저 아브라함까지도 할례나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로 인정하셨다는 것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다. 선악과 사건으로 인해 낙원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여인의 후손이다(원복음, 창 3:15).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이 구원의 조건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율법이 이미 구원을 받은 그리스도인들과 전혀 무관한 것일까?
입학시험과 무관하게 특례입학을 한 학생은 공부와 무관한 것인가. 아무런 조건 없이 입국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나라의 국법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해서 율법과는 상관없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퇴학을 당하지 않고, 출국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로부터 파양을 당하거나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 임의대로 살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은혜를 입고 사랑을 받은 자일수록 더더욱 그 분의 뜻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율법은 하나님께서 친히 그의 백성에서 명령하신 계명이다. 이 율법의 거울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볼 때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없음을 확인한 우리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를 부르셨고 값없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 이 일로 인하여 항상 기뻐하고 쉬지 않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그의 뜻을 좇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말씀하신 율법을 폐기해도 되고 팽개쳐도 되는 것일까.
전쟁과 난리의 소문과 천재지변, 이상 기후로 인한 종말의 징조를 연일 접하는 그리스도인들이기에 교회의 지상 과제인 선교와 복음의 선포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교회를 폄훼하고, 그리스도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상황에서는 증인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누구든 온전히 효도를 다했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이미 불효막심한 자이다.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 수 있겠는가. 받은 은혜를 다 갚았다고 한다면 그는 벌써 배은망덕한 자인지도 모른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성도라고 해서 자기의 역할을 다 하였노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과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눈치를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따르다가 순교를 할지언정 세상을 따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복음을 믿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일수록 더욱 강력한 윤리적 행위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을 아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성경에 기록된 율법보다 더 고상한 윤리적인 교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손윤탁 남대문교회 목사>
[손윤탁 칼럼] 그리스도인이라면 율법에 따라야
입력 2016-09-30 20:46 수정 2016-09-30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