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국회의장 ‘진흙탕 싸움’…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입력 2016-09-30 00:02
나흘째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9일 당대표실로 찾아온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이날 하루 동조단식을 벌인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인 비위 의혹까지 제기하며 투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도 고소·고발 맞불을 놓으며 정면충돌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로 시작된 집권여당과 국회 수장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치 혐오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과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정 의장의 추석 명절 미국 방문 때 ‘개인 일탈’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최고위원은 “많은 제보들을 갖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하나하나 파헤치겠다”며 폭로전을 예고했다. 이어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 미국 방문에 동행한) 3당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정 의원’ 부인은 일등석을 탔다”며 “방미에 소요된 예산총액과 경비, 부인 일정에 대한 자료 요청을 수일 전에 했지만 지금까지 제출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워싱턴 교민간담회에서 시계를 선물한 사실을 공개하며 “선거법 위반이 딱 떠오르시지 않느냐”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24일 새벽 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에서 정 의장이 “어제 우리 송 최고 잘하더라. 우씨들이 뭐 그냥, 아주 우씨 천지야”라고 말한 장면이 기록된 영상회의록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송 최고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일 것”이라며 “맨입 정세균 2탄”이라고 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야당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최교일 의원은 소속 의원 129명 전원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정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도 했다.

정 의장은 곧바로 명예훼손과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정면으로 응수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방미는 미국 하원의장의 공식 초청 방문으로 부부동반이 외교적 관례”라며 “규정상 부인의 항공기 좌석도 의장과 동급으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뉴욕·워싱턴 교민간담회에서 선물한 시계는 공식 예산에 반영된 선물제작비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방미 기간 시계 400개를 가져가 뉴욕·워싱턴에서 각각 170개, 100개를 선물하고 나머지는 도로 가져왔다고 한다. 의장실은 정의화 김원기 전 의장은 시계를, 강창희 전 의장은 시계·자개함을, 박희태 전 의장은 시계·넥타이를 선물로 사용한 사실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 일정에 대해선 “오후 3시쯤 일정을 끝냈지만 샌프란시스코-인천공항 직항편이 오후 1시30분밖에 없어 다음 날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딸은 출국 전날 저녁 자녀를 데리고 의장이 묵던 호텔을 찾아왔다고 한다.

야당도 새누리당을 향한 사법투쟁에 합세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국회의장을 욕보이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형사고발하는 건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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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강준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