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이후 50여년간 우리나라의 법률가 선발시험 제도였던 사법시험이 예정대로 내년을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내년 12월 31일 사시 폐지를 부칙으로 명문화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9일 합헌 판단을 내렸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사시를 유지하면 오랜 사법개혁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유다.
사시 폐지를 선언하는 과정에는 헌재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재판관 9명 중 4명은 헌법소원을 청구한 고시생들의 주장처럼 “사시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폈다.
다수 재판관은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이 각계의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고 전제했다. 이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기로 제도를 바꿨는데, 시험을 병행한다면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고시낭인 등 과거의 사시 폐단 반복, 전문성·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 실패 등의 부작용도 제시됐다.
다수 재판관은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로스쿨 제도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일부 문제를 제도 전체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뢰의 문제도 언급됐다. 2009년 5월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될 때 사시 준비자들을 위해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점을 고려하면, 헌법소원을 낸 고시생들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사시를 존치하면 로스쿨 입학생과 입학 준비생 등과의 약속을 훼손하게 된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반면 소수의견에선 로스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이 오히려 사법시험 폐지, 로스쿨 도입을 위한 피상적인 명분”이라며 다수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를 기존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시스템과 비교하며 로스쿨의 실무교육 수준이 사법연수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조 재판관은 입학정원 대비 75%의 높은 변호사시험 합격률로는 우수 법조인을 양성하지 못한다며 “하다못해 운전면허시험도 합격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결정문에 썼다. 그는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뒤 드러난 각종 부작용을 제시하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조 재판관은 입학전형 불공정성, 학사관리 부실성 등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된다며 “국민이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법조인 양성제도는 법조인 신뢰의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도 로스쿨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 직역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적 논쟁과 별개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말 법무부가 ‘4년간 사시 폐지 유예’ 의견을 밝히자 대법원·교육부 등 유관기관의 중의를 모아 ‘좋은 법조인 양성 방안’을 찾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4월 총선, 제20대 국회 출범 등이 이어지며 별다른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0대 국회 들어서는 법조인 양성 방안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관련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법안소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경원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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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 땐 사법개혁 훼손”… 司試, 54년 만에 사라진다
입력 2016-09-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