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감산 합의… 회원국별 물량 배분 변수

입력 2016-09-29 19:03 수정 2016-09-29 21:55

석유수출국기구(OPEC) 14개 회원국이 28일(현지시간)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원유 생산 감축에 전격 합의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하루 원유 최대 생산량을 지난달 기준 3325만 배럴에서 3250만 배럴로 75만 배럴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11월 30일 정기회의에서 회원국 간 최종 감산 물량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불발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감산 합의이어서 주목된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원자재시장 팀장은 29일 “11월 말까지 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유가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별 생산 감축 목표 설정을 11월 정기회의로 미룬 탓에 유리한 생산 목표를 할당받으려 각국이 증산에 나선다면 최종합의가 실패할 우려도 있다.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할지도 미지수이고, 중남미 등 비(非)OPEC 국가에 대한 설득도 쉽지 않다고 했다.

NH투자증권 강유진 연구원은 “4분기 원유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며 “감산 규모가 크진 않고 미국 원유 생산 재개 가능성도 있어 제한적으로 3달러만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OPEC은 유가 하락세가 시작된 2014년 하반기부터 회원국 간 생산 경쟁이 이어져 국제 원유시장 통제를 사실상 포기해 왔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가 재가입해 일일 3000만 배럴이란 생산 목표를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했다. 이번 하루 75만 배럴 감산 합의로 OPEC이 다시 통제기구라는 위상을 회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빨랐던 유가 하락세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대표 주력업종인 정유 화학 조선 해운업이 가파른 유가 하락으로 위기를 겪었다. 차세대 유망산업인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분야도 유가가 올라야 빛을 발한다. 산유국 재정이 악화되면서 한국의 중동 건설 부문 수주 역시 급감했고, 오일 달러로 인한 중동 국부펀드의 국내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OPEC의 감산 합의는 저물가를 우려하는 한국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물가의 주된 원인이 저유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분기별로 물가목표치에 이르지 못해 설명 부담을 져야 했던 이주열 총재로서는 곤혹스러운 자리를 피할 수 있다. 수치상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액 증가도 기대된다. 다만 추워지는 계절 연료비 교통비 등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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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우성규 권준협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