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5)씨는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다. 지적장애 3급인 그는 ‘아기였을 때 고아원에 남겨졌다’고만 기억한다. 원장은 고아원 문을 닫으면서 김씨를 양자로 입양했다. 양아버지가 1988년 재혼하면서 김씨는 부모가 있는 가정에 살게 됐다.
단란했던 가정은 양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금이 갔다. 이때부터 ‘불행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양어머니 김모(59)씨는 주변에서 “혼자서 언제까지 김씨를 데리고 살 수 없으니 주방보조 일이라도 시켜보라”고 권하자 김씨를 독립시키기로 했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차모(48)씨가 운영하는 중국집으로 보냈다. 숙식을 제공하고 한 달에 80만원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일은 고됐다. 오전 8시에 일어나서 다음 날 새벽 1, 2시에야 잠이 들었다. 따로 잠을 잘 수 있는 방은 없었다. 김씨는 식당 한쪽 구석에 이불을 깔고 자고 깼다.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라 새벽손님이 오면 자다가도 일어나야 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양어머니가 자신의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서였다. 양어머니는 김씨가 일을 시작한 2011년 7월부터 김씨 이름으로 된 통장을 관리해줬다. 김씨는 언젠가 결혼할 때가 되면 통장에 쌓인 월급이 든든한 결혼자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어머니와 식당 주인 차씨가 시키는 대로 성실히 일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너무 힘들 때면 ‘일이 다 그렇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쉴 틈 없이 일한 덕에 월급은 지난해 12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 18시간씩 5년간 일해서 모은 5910만원은 없었다. 양어머니가 모두 생활비로 써버렸다. 양어머니는 김씨 명의로 된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가로챘다. 2014년부턴 아예 자기 이름의 계좌로 받아왔다.
장애인이 월급도 못 받으면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중노동을 한다는 신고가 지난 7월 서울시인권센터에 접수됐다. 인권센터는 경찰에 이를 제보했고, 지난 1일 양어머니 김씨와 식당 주인 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횡령 등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차씨도 장애인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양어머니가 김씨를 살뜰하게 챙긴 것도 아니다. 1년에 한 번꼴로 찾을 정도로 왕래가 없었고 용돈을 챙겨준 적도 없었다”며 “김씨는 그동안 모은 돈을 양어머니가 모두 써버렸다는 말을 듣고 몹시 실망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피해자보호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장애 양아들을 ‘식당 노예’로
입력 2016-09-3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