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신방교회 서계임(70·여) 권사는 1966년에 교회학교 아동부의 교사가 됐다. “아직도 생생하다니까요. 또랑또랑한 그 눈빛들이 말이여. 그때 내가 얼마나 떨었는지도 다 생각나요.” 반백년 전이지만 제자들과의 첫 만남을 잊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 서 권사는 한번도 교사직을 떠나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 101회 총회가 진행 중인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리조트에서 28일 서 권사와 이광심(67·여) 김정희(60·여) 문영란(60·여) 권사를 만났다. 이들은 교회학교 교사로 40이년 이상 근속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장 총회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교회학교 역사의 산증인들이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다. 이들은 교사직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꼽았다. “꼬맹이들이 신앙의 동역자로 크는 걸 보는 기쁨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요.” 서 권사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신방교회 한 곳에서만 5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거쳐 간 수많은 제자 중에는 같은 교회 장로, 권사, 집사가 된 이들도 많다.
서 권사와 함께 신방교회에서 41년째 교사로 봉사 중인 이 권사는 과거의 제자들을 회상하며 말했다. “순수했지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만 들려주면 집중하느라 조용해졌으니까요. 70∼80년대는 아이들이 성경 배우는 걸 즐겨했어요.” 이 권사는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몸에 병이 났을 때도 예배에 빠지지 않았다.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났어요. 눈깔사탕이라도 사다주면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현재 중·고등부 교사인 이 권사는 “요즘은 다르다”고 했다. “예배 내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무슨 말만하면 검색해보고는 ‘선생님이 틀렸다’고 하대요. 자리에 앉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그럼에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은 말씀의 힘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거짓말처럼 변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그걸 알면서도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죄잖아요.”
목포남부교회에서 올해로 43년째 교사로 섬기고 있는 김 권사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제가 어릴 때는 교회에 아이들이 넘쳐났어요. 그래서 저도 17살 때부터 초등학생들을 맡아 가르쳤죠. 예수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것을 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게 좋았어요. 요즘은 출산율이 낮아져서 그런지 교회에서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큰일입니다.”
무안제일교회에서 40년간 교사로 봉사 중인 문 권사는 젊은 교사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20대는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고, 30∼40대 성도들 중에는 주일에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들이 많아요. 그런 마음가짐이니 교회학교 교사를 하고 싶어 하지도 않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자녀에게 성경을 바르게 가르치는 건 당연한 의무에요.”
언제까지 교사를 하겠느냐는 물음에 네 사람은 주저 없이 똑같이 대답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나님이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 해야지요.”
화성=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처음엔 속썩이던 아이들 신앙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었죠”
입력 2016-09-29 21:36 수정 2016-09-3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