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황혼, 돈 벌어 병원비 대고 여가엔 TV본다

입력 2016-09-30 00:02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중으로 14세 이하 인구를 추월할 전망이다.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고령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절반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노후에 여행으로 여가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TV 앞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령층의 이혼은 감소한 반면 재혼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고령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고령인구 비중은 13.2%로 유소년인구 비중 13.9%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올해 안으로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05년만 해도 14세 이하 인구비중은 19.1%,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9.3%로 유소년인구가 2배 이상 많았지만 10년 새 비슷한 규모가 됐다.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할 고령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에는 15∼64세 인구 7.71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했지만 201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5.5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게 됐다.

통계청이 사회조사 방식으로 파악한 고령인구의 의식변화를 보면, 생활비를 스스로 혹은 배우자가 마련한다는 고령자가 58.5%였다. 하지만 고령자의 절반 이상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준비 능력이 없다는 응답률은 2005년 43.2%에서 2015년 56.3%로 증가했다.

고령자들은 돈을 벌어도 상당분을 병원 진료비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강보험상 65세 이상 고령자 진료비는 21조361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6.8%를 차지했다. 고령자 1인당 343만원이 드는 셈이다. 이는 전체 1인당 진료비 115만원보다 3배 정도 많은 규모다. 고령자의 진료비 지출은 매년 늘고 있다.

고령자가 주말이나 휴일을 보내는 방법은 TV 및 DVD 시청이 83.1%로 가장 많았다. 고령자가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관광(51.1%)인 것으로 집계됐다.

폭증하던 황혼이혼 건수는 지난해 줄었다. 2015년 이혼건수가 남자 고령자는 5852건, 여자 고령자는 2655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1.0%, 2.4% 줄었다. 반면 재혼이 급증했다. 고령인구의 재혼건수는 남자 2672건, 여자 1069건으로 전년 대비 8.3%, 18.5% 각각 늘었다. 사별 후 재혼하는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혼 후 재혼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고령자 중 1인 가구는 122만3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2.9%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6.4% 수준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여성 고령자가 남성 고령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 그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고령 여성 100명당 고령 남성의 수는 72.6명으로 1995년 58.5명으로 고령인구의 성비가 가장 커진 이후 계속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녀 간 사망률 격차가 줄어들면서 남자 고령자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성열 기자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