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야당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야권은 29일에도 여당의 태도를 강력 비판했지만 실력행사는 자제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의 자중지란이 불리할 것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파행을 새누리당 ‘강성 친박(친박근혜)계’ 책임으로 몰아가며 공조를 펼쳤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치가 장난인가. 집권당 대표가 국감 복귀를 선언한 지 3시간 만에 강경파의 독선과 고집으로 결정이 뒤집히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여야 간 합의한다 해도 (여당) 의총에서 또 뒤집어질 텐데 어떻게 믿고 협상하겠나. 협상이 불가능해졌다”고 성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원내정책회의에서 “어제 비공개 단식농성을 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감은 정상화하자”고 좋은 선언을 했지만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다시 국감을 보이콧하겠다는 나쁜 결정을 내렸다”며 “지금 국회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어느 지점에서 충돌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그러나 여당이 위원장인 상임위의 전면적 사회권 이양 등을 강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이날 여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국방위 국감을 개의하는 등 여당 내부의 ‘집안싸움’이 야당 입장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더민주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명분이 없기 때문에 여당의 국감 보이콧이 이번 주를 넘기기 힘들 것이므로 결국 자중지란 속에 국감장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당 입장에선 급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도 여야 간 협상 속도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어떤 조정안도 내기 난감하다. 우리 당은 오늘 냉각기를 갖고 한 번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에 여당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번 주까지는 지켜보고 기다리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그때는 진지하게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의 유감 표명과 관련해선 두 야당의 온도차가 확연했다. 국민의당은 정 의장의 유감 표명을 주문한 반면 더민주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에 대한 확약 없이 정 의장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할 수 없다는 스탠스다. 더민주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을 선언하면서 스스로 퇴로를 다 막은 것 아니냐. 단식 중단을 담보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정 의장에게 입장을 내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이 국민을 보고 국정을 위해 적절한 의견 표명을 통해 국감 정상화의 물꼬를 터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 의장 측은 “입장 표명할 이유가 없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與균열에 느긋한 2野, ‘강성 친박’ 책임몰기 공조
입력 2016-09-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