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조 넘는 보험사기 특별법이 뿌리 뽑을까

입력 2016-09-29 19:30 수정 2016-09-29 21:58

H병원장 김모(50)씨는 2011년부터 환자들에게 미용 시술을 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 치료용 도수치료를 했다고 기록해 왔다. 2년6개월간 국민건강보험 급여비 8억2000만원을 타내다 지난 5월 사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30일 시행된다. 특별법 시행 이후 김씨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면 3년 이상(최대 50년) 유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기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 정보를 한곳에서 조회하는 ‘보험사기 다잡아’ 시스템도 다음 달 4일 문을 연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6549억원이고,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4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간 보험사기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은 없었다. 형법상 사기죄로 법정형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졌다.

새 특별법에서는 보험사기죄를 신설했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사기 액수에 따라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보험사기 액수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가중처벌 조항에 걸리면 사기 액수만큼 벌금형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특별법은 법 시행 이후 범행을 저지른 자에게 적용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 처벌 강화로 보험금 누수가 방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보험회사가 법을 남용해 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별법에는 보험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체·거절·삭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위반 시 건당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보험사가 합당한 근거를 갖고 수사당국에 보험사기 고발 조치를 한 경우 등은 예외다.

문제는 합당한 근거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당한 청구도 보험사기로 의심돼 보험금 지급이 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험사기 관련 고발·수사 의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보험사가 합당한 근거 없이 고발한 것으로 드러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보험 소비자를 압박하기 위한 소송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