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였던 ‘신동빈 구속수사’ 시도가 수포로 끝났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롯데 비리 수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새벽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신 회장의 귀가를 말없이 지켜봐야 했던 검찰은 몇 시간 뒤 “(법원이) 피의자의 변명에만 기초해 영장을 기각했다”며 유감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28일 오전부터 17시간 넘게 신 회장 구속영장을 검토한 법원은 검찰 수사가 신 회장을 구속시킬 만큼 진행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신 회장 구속을 둘러싸고 검찰과 롯데가 벌인 논리싸움에서 사실상 롯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게 수년간 거액의 급여를 지급하거나(횡령) 일감을 몰아줘 수백억원대 이익을 챙겨준 행위(배임) 등을 주요 범죄 혐의로 집중 거론했다. 수사를 통해 밝혀진 신 회장의 횡령·배임액이 1700여억원이고, 총수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롯데 측은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전권을 행사했던 때의 일이고, 신 회장은 오히려 ‘가족 일감 몰아주기’ 등 기존 폐해를 해소하려 애썼다고 맞섰다. 결국 롯데 측 반박이 먹혀들었다.
검찰은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적법한 경영만 맡았고, 범죄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도맡았다는 건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이번 (기각) 결정은 그동안 재벌 수사와의 형평성에 반하고, 비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음에도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도 신 회장의 추가 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신 회장이 관여해 그룹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실패한 것은 뼈아프다.
이제 관심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롯데 측 반박논리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찾아낼 뚜렷한 묘수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불구속 기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석 달여간 진행된 롯데그룹 비리 수사도 현직 계열사 대표 가운데 한 명도 구속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종결될 공산이 커졌다.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미 법원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이번 수사가 ‘실패한 수사’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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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창대한 ‘시작’ 미약한 ‘끝’… 허탈한 檢
입력 2016-09-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