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의 승부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대륙으로

입력 2016-09-30 00:03
이서현(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원톱’ 경영을 한 지 9개월여 만에 SPA(생산·유통 일괄) 브랜드인 ‘에잇세컨즈(8 Seconds)’를 중국에 선보인다. 이 사장이 브랜드 론칭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만큼 승부수를 띄워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淮海路) 중심부에 에잇세컨즈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오른쪽 사진)를 오픈한다고 29일 밝혔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30일 오전 8시8분 문을 연다.

에잇세컨즈는 ‘8초 안에 고객을 만족시킨다’라는 콘셉트다. 이 사장이 외국 브랜드 일색이던 SPA 시장에서 3년간 공을 들여 론칭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과 붉은색을 활용한 브랜드를 만들어 론칭 단계부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브랜드 탄생 전부터 염두에 뒀던 중국 진출을 4년여 만에 시도하는 셈이다. 2층 3640㎡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에는 에잇세컨즈 브랜드 제품 외에도 코스메틱, 액세서리, 문구, 캐릭터 상품, 식음료 등 7개 브랜드가 함께 입점된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차녀인 이 사장은 삼성물산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을 맡아오다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단독 대표로 올라섰다. 취임 이전 패션부문 경영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 통합된 후 매출은 2014년 1조8510억원에서 지난해 1조7383억원으로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원톱’ 경영인으로서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진을 털어야 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또 출범 당시 2020년까지 패션사업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이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는 핵심 브랜드로 에잇세컨즈를 꼽았다.

이번 에잇세컨즈 중국 진출에는 이 사장의 자신감이 반영됐다. 중국 ‘패션 1번가’로 불리는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며 글로벌 SPA 브랜드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잇세컨즈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는 화이하이루는 동서 방향으로 약 5㎞에 달하는 거리에 자라(ZARA),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다.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주얼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모여 있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을 모델로 선정하며 국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에잇세컨즈의 중국 진출 전망을 밝게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에잇세컨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상품 개발과 입지 선정, 운영 전략까지 다각도로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지드래곤을 모델로 활용할 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시켰다. 지난달 12일 판매를 시작한 ‘GD 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은 현재까지 4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매장 오픈에 맞춰 2차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공개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